[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 가격 급등으로 농가 경영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할당관세 확대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논의를 이어가자 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업인단체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농가소득 안전망 구축과 실효성 있는 가격안정 대책, CPTPP 가입 추진 중단 등 근본적인 농정 전환을 촉구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는 6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CPTPP 가입 추진 중단 촉구 및 농산물 가격 폭락·농자재값 폭등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농업 현장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종협은 주요 채소류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는 속에 국제정세 불안과 고환율 여파로 비료·농약·사료·포장재 등 농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농가 경영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이유로 할당관세를 연장하고 CPTPP 가입 논의를 이어가는 것은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농가 소득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내 농업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입 확대 정책이 반복될 경우 농가 경영은 물론 식량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지난달 정부가 하반기 할당관세 운용방안을 발표하며 과일 3종과 식품원료 17종에 대한 적용 연장 및 신규 적용 계획을 내놨지만, 이미 주요 채소류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5월 양파와 마늘, 양배추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9.8%, 13.8%, 59.8%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먹거리 물가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한 수입 확대 정책이 반복되면서 농업인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 안정의 해법은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정밀한 관측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정부는 농협 개혁과 농지 전수조사 등 거대 구조개편에 매몰돼 정작 농산물 가격 하락 등 농업 현장의 절박한 요구에는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책임농정을 실현하려면 물가 안정에 앞서 농업 생산을 지원하고 농업인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부의 본연의 역할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만호 한종협 상임대표는 “지금 농업 현장은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값 폭등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수입농산물 확대에 의존하는 정책이 반복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PTPP는 단순한 통상협정이 아니라 국내 농업 기반과 국민 먹거리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CPTPP 가입 추진을 중단하고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향숙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물가 안정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지만 국내 농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물가 정책은 결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생산 현장의 붕괴를 방치한 채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은 결국 국내 농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농산물 수급 불안을 반복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종협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농가소득 안전망 구축 △실효성 있는 농산물 가격 안정장치 마련 △CPTPP 가입 추진 즉각 중단 △반값 농자재 공급 등 4대 요구사항을 담은 건의문을 청와대 농림축산비서관실에 전달했다. 해당 건의문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도 제출될 예정이다.
7일 오후 2시에는 농민의길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농자재값 폭등! 농산물 가격 폭락! 근본대책 촉구! 7·7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는 등 농산물 가격 급락과 농자재 가격 상승, 시장 개방 확대에 대한 범농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