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극한가뭄 대응력 약화 우려
물 배분 아닌 식량안보서 접근
안정적 농업용수 확보 관건
충분한 의견 수렴, 대책 촉구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 공급에 나주댐 등 농업용수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농업계는 극한가뭄에 대비한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식량안보 측면을 고려한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루 65만톤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협력사에 필요한 용수 가운데 하루 10만톤은 나주댐 용수를 활용하고, 기존에 나주댐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영산강 하류 말단 지역에는 영산강 용수를 대체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동복댐(30만톤), 주암댐·장흥댐(15만톤), 보성강댐(10만톤) 등의 여유 수자원을 활용해 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농업계는 이번 방안이 극한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 대책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활용하겠다고 밝힌 댐 여유수량은 본래 가뭄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수자원인 만큼, 이를 산업용수 공급에 활용할 경우 국가의 가뭄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상민 한국농공학회장(경상국립대 교수)은 “여유수량은 본래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물”이라며 “이를 산업용수 공급에 활용하면 극한가뭄이 발생했을 때 대응 여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영산강 용수로 대체한 이후 농번기나 가뭄 시에도 차질 없이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며 “특히 수도작 비중이 높은 호남지역에서는 농업용수 확보가 지역 농업과 지역경제에 직결되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최흥식)는 1일 성명을 내고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 지역균형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농업용수 활용 과정에서 농업계를 배제한 것은 사업 추진의 중대한 흠결”이라며 “농정 당국을 비롯한 농민단체들과 긴밀한 협의체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농연은 “아울러 농업용수의 안정적인 확보를 통해 농업인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도 “농업용수가 이미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산업용수로 활용하는 데 대한 현장 농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정부는 농업용수를 활용하기에 앞서 농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가뭄 등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를 용수 확보 차원을 넘어 식량안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민 교수는 “농업용수가 부족해져 작물 피해가 발생한 뒤 금전적으로 보상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기후위기로 전 세계 식량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업용수는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 체계를 식량안보 차원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