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고성진 기자]
5극3특·메가시티 정책에
도시쏠림·농어촌 소외 우려
실질적으로 농촌의 삶 바꾸는
균형발전 정책 추진해야
7월 1일 민선 9기가 본격 출범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칭하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성장을 핵심 국정기조로 내세운 가운데 농어촌기본소득과 햇빛소득마을, 농지 전수조사 등 주요 농정 과제의 성패 역시 지방정부의 실행력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업계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정책의 단순 집행기관을 넘어 지역 특성에 맞는 농정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모사업 넘어 '농정 설계자‘로 거듭나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공모사업을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을 반영한 '농정의 설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지금까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공모사업을 받아 집행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며 "이제는 지역이 중심이 돼 어떤 농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품목과 여건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전국 단위 공모사업 중심으로 농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방분권 시대에는 과감한 재정분권과 권한 이양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농업 발전 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창의적인 정책 실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좋은 농정은 중앙정부가 기획해 만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며 "로컬푸드와 사회적농업도 지역의 창의적인 시도가 전국 정책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에서만 필요한 정책을 시장·군수가 자유롭게 실험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중앙정부가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기초지방정부가 지방농정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지원 방식도 시설 중심에서 농가 소득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정부 사업 상당수가 국가사업과 연결돼 있고 지역소멸 대응 역시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이라며 "시설 투자보다 기본소득이나 각종 수당 등 농업인에게 직접 소득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사업 개편으로 절감된 재원을 직접적인 소득 지원에 투입하는 것이 보조사업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행정 역량·주민 참여가 성패 좌우
이재명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농어촌기본소득과 농지 전수조사 등 주요 농정 과제 역시 지방정부의 실행력과 주민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방분권 확대에 대비한 행정 역량 강화 역시 민선 9기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김홍상 이사장은 농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농지 보전은 중앙정부, 개발은 지방정부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문경 늘봄영농조합처럼 지역이 스스로 농지 이용률을 170% 이상까지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지역이 합리적인 농지 이용과 보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어촌기본소득 등 지역에서 추진되는 정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공감대와 절박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공감대를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보다 지역사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자치회 법제화를 계기로 준비된 지역부터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며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순창군 풍산면처럼 주민과 행정이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사례를 더욱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지방분권이 본격화될수록 결국 지방행정 역량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며 "단체장의 리더십뿐 아니라 공무원의 정책기획 능력을 높일 교육과 행정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5극3특 시대, 농촌 소외 없게 해야
정부가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과 메가시티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농촌이 소외되지 않도록 균형발전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발표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성공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보고서에서 행정통합만으로 지역균형발전이 자동적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며, 통합의 효과가 일부 거점지역에 집중될 경우 농산어촌 소외가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균형발전기금 운영과 공공기관 분산 배치, 농산어촌 특화사업 확대 등을 통해 통합의 혜택이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섭 위원은 "5극3특이나 메가시티 논의, 광역 행정통합 등이 농어촌에서는 실제 체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역행하는 부분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인구가 늘어나는 국가도 아닌데 인구 수백만 명 규모의 도시를 키우겠다는 것은 결국 주변 농어촌이나 중소도시를 흡수해 성장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균형발전 정책은 농촌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전남광주 행정통합은 행정 효율성과 지역경제 규모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행정의 무게중심이 도시 기능에 쏠릴 경우 농정의 위상과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농업을 지역의 핵심 특화산업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농정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현재의 농축산식품국을 실 단위 조직으로 격상하는 등 농정 추진체계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남광주 농업의 발전 전략과 미래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며 “행정통합이 농업의 위축이 아닌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농업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과 조직 개편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고성진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