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꿀벌 질병관리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민관협력 기반의 지역 거점형 질병검사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봉군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해도 꿀벌을 진단·검사할 수 있는 수의사와 검사기관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꿀벌 맞춤형 살처분 보상금 제도를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시갑)의원과 먹사니즘 전국네트워크 동물복지특별위원회, 한국양봉협회, 대한수의사회 공동 주최로 ‘양봉산업 위기 대응 및 질병관리 체계 구축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정철의 국립경국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종합토론에서는 국가 차원의 꿀벌 질병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특히 박근호 한국양봉협회장은 꿀벌 질병관리의 사각지대 문제를 언급하며 지역 거점형 질병검사 네트워크 구축을 강하게 주장했다.
박 회장은 “반려동물과 대축종 위주로 편중된 국내 수의료 체계 속에서, 꿀벌을 진단·검사할 수 있는 수의사와 검사기관은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결국 육안 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자가 진단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권역별로 꿀벌 진단이 가능한 검사기관을 지정하고, 민간단체는 농가와 검사기관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맡아 꿀벌수의사, 국립농업과학원 등 전문기관과 상시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면 일정부분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박 회장은 질병 신고와 보상이 연계된 제도마련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소·돼지·닭 등 주요 축종과 달리 꿀벌은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 제도가 사실상 전무하고, 이 때문에 질병이 의심되더라도 신고를 미루거나 자체적으로 폐기·은폐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꿀벌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살처분 보상금 제도를 마련해 ‘신고하면 손해’인 구조를 ‘신고하면 보호’받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황성철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고병원성 AI, 구제역 발생 등으로 인력과 재원이 한정적인 상황이다 보니 재해보험을 통해 꿀벌 농가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인력 부분도 지금 당장 전문 수의사를 보충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임상 수의사를 충분히 교육하고 역량을 강화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과장은 “양봉농가 대상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는데, 참여율이 높지 않다. 관련지원을 확대해 더 많은 양봉농가들이 질병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송옥주 의원은 “양봉산업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경제 활동을 넘어, 국가 식량안보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공익성이 높은 산업으로, 그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직접 생산액인 1조 원을 상회하며, 농업 생산량 기여도까지 포함할 때 약 6.8조 원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양봉산업은 기후변화와 질병 확산, 농약 오남용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하루 빨리 국가 차원의 질병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