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박수진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이 취임 3개월여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5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핵심은 축산물 생산부터 도축·등급판정, 유통에 이르기까지 축평원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축산농가와 업계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축산물품질평가원 경기지원에서 열린 박수진 원장의 기자간담회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품질평가 방식 대전환
소·돼지 AI 기반 기계판정 확대···데이터 활용 농가 맞춤형 컨설팅
박수진 원장은 우선 소와 돼지를 대상으로 한 등급판정 방식을 사람에서 기계로 완전히 전환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박 원장은 “소는 전국 52개 모든 도축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등급판정을 하고 있고, 돼지의 경우도 13개소에서 사람이 아닌 기계를 이용한 등급판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연차별로 등급판정을 인공지능 기반의 기계판정으로 전환하고, 여기서 자동 생성되는 데이터를 품질 개선과 농가 수익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평원에 따르면 현재 전체 도축물량 중 소는 약 32%, 돼지는 약 35%가 기계식 등급판정을 받고 있다. 축평원의 업무가 데이터 관리·분석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기계식 등급판정은 축평원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등급판정 과정에서 생성되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게 될 경우 컨설팅 등의 분야에서도 더 정확한 대 농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박수진 원장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계식 등급판정을 소는 도축되는 전 두수로, 돼지는 주요 도축장을 중심으로 확대해 등급판정의 무인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이렇게 사업이 진행되면 품질 관련 데이터가 더욱 풍부하게 축적돼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농가 경영컨설팅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또 유통업계와 민간기업도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능형 축산물 이력관리
유통단계서 이력제 위반 차단···무작위 DNA검사로 단속 강화
지능형 이력관리의 핵심은 생산단계에서 출생·이동·양도·폐사 등의 이력관리가 철저하게 이행되도록 하는 한편, 유통단계에서도 이력제를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축평원이 운영하고 있는 축산물이력제 신고 앱의 기능을 개선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만으로도 이력신고가 가능하도록 한다. 일명 ‘영상·이미지 기반 이력신고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
박수진 원장은 “6월 중으로 현장 실증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라면서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현행 출생신고는 6단계에서 3단계로, 양도신고와 폐사신고는 4단계에서 각각 1단계·2단계로 업무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철저한 이력관리를 위한 조치로 사육신고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가 발견된 농가를 대상으로는 보다 강화된 관리가 이뤄진다. 또 이어지는 유통단계에서의 이력제 위반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축산물에 대한 무작위 수거 DNA검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단속기관과 공유하는 한편,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적발 사례에 대한 처벌 효용성을 높이기로 했다.
박수진 원장은 “이력제 위반 사례에 대한 적발 업무는 물론이고, 적발이 된 사례에 대해서도 처벌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는데, 이런 점들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 2월 DNA 무작위 검사가 가능하도록 ‘가축 및 축산물의 개체식별을 위한 DNA동일성검사 방법 고시’가 개정됐고, 4월에는 축평원이 농장·가축시장·도축장 및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점검 결과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제공하면 농관원은 이를 바탕으로 위반사례를 대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조사 방법 등에 관한 고시’도 제정됐다.
박 원장은 “현재 생산과 유통단계에 인공지능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을 하고 있는데, 이를 고도화해 출생·이동·양도·폐사 등에 따른 신고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생산·유통·소비단계 등 전 단계에서 위반 업체에 대한 검증이 시스템 상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혁신
‘인공지능 쳇봇’ 개발 추진···유통·소비단계서 축적한 데이터, 농가·업계·국민 활용하도록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축평원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축산농가와 관련업계에 더해 일반인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언어형 문답 모델인 ‘인공지능 쳇봇’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이었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언어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공개된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제공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물을 경우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 때문인데, 이에 따라 정확한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이같은 관점에서 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축평원의 가치도 높아진 상황이다.
박수진 원장은 “축평원은 2023년 하반기부터 실무를 맡아 진행 중인 ICT축산솔루션지원사업을 비롯해 등급판정 관련 데이터, 유통·소비단계에서 축적한 데이터 등 축산 분야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축산농가와 관련업계는 물론 국민들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면서 “현재 이같은 빅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렇게 마련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어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도 자체적으로 개발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