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값 폭등으로 위기에 처한 농업인들이 거리로 나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농산물 공정가격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민과함께하는 농민의길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농자재값 폭등! 농산물 가격 폭락! 근본대책 촉구! 7.7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농민대회에는 윤일권 농민의길 대표를 비롯해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장, 장혜정 한살림연합회 농산물위원장,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장, 김영재 전국쌀생산자협회장, 박성훈 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 등 농업 관련 협회·단체 관계자들과 유통업계, 국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발언했다. 또 1400명(주최 추산, 농업인 1000명·시민 400명)의 참석자들이 농민단체들과 의견을 함께 했다.
농민의길은 이번 농민대회를 통해 최근 일어나는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값 폭등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농업인들은 특히 △생산비 급등에 따른 농산물 헐값 매각 대책 마련 △정부의 물가 정책 규탄 △왜곡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반대 등에 목소리를 함께했다. 또 ‘농산물 공정가격제’를 도입해 농업인의 노동과 생산비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지 수확 농산물 판매…“낮은 가격에 시민들도 어이없어해”
농민대회 시작에 앞서 1시간 일찍 열린 사전대회에서는 양배추, 애호박, 양파 등 산지에서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했다.
이날 농산물 가격을 살펴보면 △소비자가(이마트 기준) 개당 2400원인 양배추는 500원 △kg당 1700원인 양파는 650원 △개당 450원인 토마토는 180원 △개당 490원인 오이는 180원 △개당 990원인 가지는 140원 △개당 990원인 애호박은 250원 △kg당 4450원인 방울토마토는 1600원 등에 판매됐다.
농민의길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가에서 농가가 수취하는 금액은 평균 22.8%에 불과하고 나머지 77.2%는 유통기업의 마진으로 들어간다. 이는 정부가 농업인을 외면하면서 유통기업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지연 전여농 사무총장은 “이제까지 농민대회에서는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을 청와대로 싣고 가 던지는 식으로 반납투쟁을 해왔다”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농산물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값을 받고 판매했더니 시민들이 ‘정말 어이없는 가격’이라며 우리에게 공감해줬다”고 설명했다.
광화문 광장서 각 지역 농업인들 정부 규탄
이어진 본대회에서는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값 폭등의 심각성을 알리며 각 지역 농업인들의 정부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장혜정 위원장은 “내가 먹는 먹거리를 생산한 농업인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값 폭등에 대해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회장은 “시장개방으로 우리 농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릴 때도 정부는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않았고 배배꼬인 유통구조가 우리 농업인과 소비자를 피해자로 전락시켰다”라며 “애써 가꾼 농산물을 거리로 가지고 나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기 회장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가격에 담아 오늘처럼 농산물을 길바닥에 버리지 않게 되는 것이 공정가격”이라며 “생산비를 조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가 주장하는 공정가격제를 반드시 실현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청와대서 농산물 반납…‘농산물 아니라 쓰레기’ 난동 해프닝도
행사 마지막 순서로는 광화문 일대에 밀집한 농업인과 여기 연대한 시민들이 농산물 근조 팻말을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양배추, 양파 등이 실린 1톤 트럭의 뒤를 쫓아 광화문 광장에서 경복궁 담장을 따라 청와대 정문까지 2km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했다.
청와대 정문에 도착한 농업인들은 단체로 결의문을 낭독하고 사전행사에서 팔다 남은 농산물을 파렛트 위에 쌓았다. 이 가운데 분노한 한 농업인이 뛰어들어 ‘농산물이 아니라 쓰레기’라며 농산물을 걷어차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들은 정부를 겨냥한 투쟁사를 다시 쏟아내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박성훈 회장은 “CPTPP 가입으로 사과 수입이 허용될 경우 연간 5900억 원 이상의 농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과거 정부의 고질적인 폐단인 밀실협상과 사후통보라는 적폐가 현 정부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되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일권 대표는 “정당하게 생산비를 조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공정과 협치를 반드시 실현하도록 협상해 우리 농업인의 정당한 땀방울이 반드시 결실을 맺도록 할 것”이라며 “오늘 투쟁을 기점으로 오는 9월, 11월에도 농민대회를 열어 공정가격제를 반드시 실현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