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농번기를 앞둔 전국 농업 현장에서 농업용 드론이 제때 활용되지 못하는 ‘인증 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안전성인증 지연으로 인해 드론을 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부 농가에서는 “올해 농사는 망했다”라는 절박한 호소까지 나오고 있다.
현행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연료를 제외한 자체중량 150kg 이하, 최대이륙중량 25kg을 초과하는 무인멀티콥터는 의무적으로 2년마다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제도의 취지가 아니라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행정 역량이다.
농업용 드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인멀티콥터 인증 수요는 2020년 577건에서 2024년 4707건으로 8배 이상 폭증하고 있지만 이러한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자는 5명 안팎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인증을 수행하는 한국항공안전기술원의 대응수준은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농가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증 대기 기간은 보통 2~3개월이며, 길게는 수개월에 달하는 실정이다. 방제 시기를 놓치면 농작물 피해가 불가피한 농업 특성상 이러한 인증 지연은 곧바로 수확량 감소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이뿐 아니라 안전성 인증 체계의 비효율성도 정점에 달해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성 인증을 받으려면 인천에 있는 한국항공안전기술원 드론인증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경기, 강원, 영호남 지역은 물론이고 제주도 농업인들까지 드론 기체를 싣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인천까지 상경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출장 인증 제도가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농업인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관계자들의 태도다. 인증 지체에 대해 항의하면 돌아오는 것은 관계 기관의 고압적인 '갑질'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닌 '검열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정 공백 속에서 민간업체를 통한 ‘인증 대행’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며 농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행 수수료는 과도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전북 익산의 한 농업인은 “드론을 구입하고도 안전성인증이 나오지 않아 제때 방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병해충은 기다려주지 않는데 행정은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농가는 “안전인증을 받지 않고 드론방제를 하면 불법임을 알면서도 농사를 포기할 수 없어 드론방제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행정부재로 인해 농가를 범법자로 내모는 억울한 현실 아니냐”며 토로했다.
관계전문가는 “농업용 드론은 이미 수도작 등 농경지 방제작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안전성 인증 등 관련 행정절차는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관련업무를 단일기관에 몰아줄 것이 아니라 전국단위 행정업무인 만큼 자격조건을 갖춘 타 공공기관과의 업무연계 등을 통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