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하 농과원) 농업로봇과에서 추진한 ‘현장 의견을 반영한 차량형 농업로봇 상용화 지원’ 연구가 농업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기술 고도화 성과를 인정받아 2025년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농업로봇 기술을 단순한 연구단계를 넘어 실제 농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민·관 협력을 통해 농업 자동화 기반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현장 의견 반영 농업로봇 상용화
최근 농업 현장은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노동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시설원예와 과수 분야에서는 방제, 운반, 관리 등 반복적이고 노동 강도가 높은 작업이 많아 자동화 기술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농업로봇 기술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 환경이 복잡하고 작업 대상이 생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농업 환경에 적합한 정밀 주행 기술, 작업 정확도, 안정성 확보 등이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농과원 농업로봇과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현장에서 직접 로봇을 활용해 실증을 진행하고 농업인의 의견을 반영해 기술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추진했다. 특히 스마트팜에서 활용되는 방제 로봇과 운반 로봇의 성능 개선에 집중해 자율주행 정밀도와 작업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연구 결과 스마트 온실에서 활용되는 방제 로봇은 기존 작업자가 2명이 투입돼 2.5~3시간 정도 걸리던 작업을 무인 방식으로 약 1.5시간 만에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작업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또한 운반 로봇의 적재 능력도 기존 80kg 수준에서 300kg까지 높아지면서 시설원예 농가의 작업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로봇의 반복 위치 정확도 역시 기존 ±3.5㎝ 수준에서 ±1.8㎝까지 향상돼 정밀 작업 수행 능력도 크게 개선됐다.
# 현장 보급 확대를 위한 실증사업 진행
스마트팜 작업자 추종 운반로봇은 전국 13개 농가에 시범 보급됐고, 중소형 스마트팜 방제로봇도 10개 농가에 도입돼 실제 농작업에 활용됐다. 연구진은 로봇 설치와 운영 교육을 병행하며 농업인이 안전하게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노지와 과수 분야에서도 로봇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경남 함양, 경북 거창, 충북 옥천 등에서 자율주행 트랙터 조향장치와 과원 로봇 기술을 점검하고 농업인의 의견을 수렴해 기술 개선 방향을 도출했다. 이러한 현장 중심 연구 방식은 농업로봇 기술을 실제 농가 환경에 맞게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 농업로봇 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민관 협력 기반 강화
연구진은 로봇 관련 선진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기 위해 기업, 연구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협의체를 발족하고 선진 기업 발굴, 기술 교류회 개최 등을 통해 산업용 로봇 기술을 농업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HD현대로보틱스와 대동모빌리티 등 국내 로봇·농기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농업로봇 기술 고도화 방안을 모색했다. 산업용 로봇의 3차원 위치 분석 기술을 농업 로봇에 적용하는 방안과 수확 로봇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도 진행됐다. 이러한 협력은 농업로봇 산업 생태계를 확대하고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농업로봇 통합 관리시스템 개발·경제적효과 기대
농업로봇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통합 관리 시스템 개발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연구진은 스마트팜에서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로봇 작업 지시와 상태 모니터링을 통합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로봇 관리뿐 아니라 작물 관리와 디지털 영농 관리 기능까지 연계할 수 있어 스마트농업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로봇 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업로봇을 활용할 경우 농가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방제 작업의 경우 연간 약 1200만 원, 운반 작업은 약 800만 원, 모니터링 작업은 약 900만 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농가 경영비 절감뿐 아니라 농업 자동화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이전과 사업화 성과도 이어졌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총 15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졌으며, 실시료는 약 3480만 원 규모다. 라이다(LiDAR) 기반 과수 인식 기술과 작업자 추종 기능을 갖춘 자율주행 농기계 제어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산업체로 이전돼 사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 농업로봇 기술 고도화 후속연구 지속
향후 연구진은 농업로봇 기술 고도화를 위한 후속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과원용 경사지 대응 무인제초기 고도화 연구와 과수원 내 무인방제기와 약액 보충 연계 기술 실증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농작업 자동화를 위해 ‘AX 기반 지능형 농작업 협업 산업화 기술 개발’ 사업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지능형 농기계 변량시비 플랫폼 고도화 연구도 추진된다. 위성 기반 작물 생육 정보와 수확량, 품질 데이터를 연계해 시비 처방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무인 시비 작업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농업 기술 개발이 목표다. 또한 ISOBUS 기반 지능형 작업기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해 농기계 간 표준 통신 기반 작업 데이터 수집과 정밀 농작업 구현도 추진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농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실증 중심 연구를 통해 농업로봇 기술의 실용성과 산업화 가능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농업로봇 기술이 본격적으로 보급될 경우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과 농업 생산성 향상, 새로운 농업 산업 창출 등 다양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성제훈 국립농업과학원장은 “농업로봇 기술은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현장 중심 연구와 민관 협력을 통해 농업로봇 상용화를 앞당기고 농업 자동화 시대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