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지난 7일 농민들과 전국 농촌 주민들이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시행령 개정을 규탄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윤일권, 전농)과 농어촌파괴형에너지반대 전국연대회의(대표 손용권, 전국연대회의) 등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의견수렴 기한인 8일을 하루 앞두고 위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벼랑 끝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통해 다양하게 지정하고 있는 이격거리 규정을 태양광 200m, 풍력 1000m 이내로 일률 제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풍력의 경우 순천·화순·구례 등 전국 약 30곳의 지자체가 주민 보호를 위해 최소 1500m 이상의 이격거리를 확보해놓았는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두 일률적으로 1000m 상한을 적용받는다.
윤일권 전농 의장은 “제가 살고 있는 순천에 이격거리 2km 제한 규정 조례가 없었을 때에는 무분별하게 풍력 발전설비가 들어오려고 했다”며 “(발전설비) 옆 1km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농가들에서는 소음과 불빛, 저주파 때문에 도저히 생활할 수 없을 정도”라고 실태를 전했다.
한편, 손용권 전국연대회의 대표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촌을 파탄으로 이끄는 법이 될 것”이라며 “서울 남산타워 높이의 풍력발전설비가 반경 1km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현재 입법예고된 개정안에서 이격거리 적용을 받는 주택의 기준이 ‘5호 이상’인 것도 문제다. 5호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발전설비 높이의 2배에 해당하는 길이만이 이격거리 하한으로 제시돼있기 때문이다. 이날 전농과 함께 기자회견을 주최한 정혜경 의원은 “최소 5호 기준은 주민 보호 장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집과 집 사이가 멀고 등기가 되지 않은 주택이 많은 농촌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주민 대표자들은 민의에 의해 조례로 만들어진 이격거리 규정이 주민 의견수렴절차 없이 훼손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용호준 경북 울진군 4개리연합 풍력대책위원회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이 시행령이 1km냐 2km냐, 200m냐 400m냐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 주민들을 참여시키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라며 “이 시행령이 7월 8일까지 입법 예고되는 동안 현장에 있는 200만 농촌 주민 그 누구에게도 단 한 번의 간담회, 단 한 번의 의견 수렴도 거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농민들과 농촌 주민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월 예정인 개정안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 △1호 이상 모든 민가를 보호 대상으로 삼고 주민 동의를 구하지 못한 농산촌 주거지에서는 최소 2000m 이상의 이격거리를 보장할 것 △사유 농지에 대한 최소 이격거리 1000m 이상 규정을 신설하고 농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농지 경계 발전설비를 설치 금지할 것 △지자체가 주민 보호를 위해 더 엄격한 이격거리를 조례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할 것 △발전사업 허가 전 과정을 공개하고 영향권 주민의 실질적 동의를 필수 요건으로 법제화할 것 등 8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엄청나 전농 정책위원장은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생산이 어려워진 농민들은 누구보다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중립을 원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이뤄지면 농민들의 삶과 농촌이 파괴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