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유승현 기자]
‘한우 챗GPT’ 시대가 열린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한우 사양관리와 연구 데이터를 한곳에 모은 한우디지털정보센터(HDIC)가 공식 문을 열면서 한우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됐다. 생산비 상승과 수입 소고기 확대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사양관리와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 한우자조금)와 전국한우협회, 한우산업 공유(온라인 커뮤니티)는 지난 2일 세종시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에서 ‘2026 한우농가 디지털정보 활용 및 생산성 향상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데이터로 보는 수익 중심형 한우 사육기술 및 경영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국 한우농가와 축산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300여명이 사전 신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행사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젊은 한우농가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경북 영주에서 100두 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정민호(30)씨는 “초기 자본 없이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정보 부족이었다”며 “이제는 농장 안에서만 답을 찾기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해 새로운 사양관리 기술을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가업 승계를 준비 중인 박태민씨도 “배합사료와 TMR 무제한 급여 방식의 효과 등 실제 농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양관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참석했다”고 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우자조금이 2년간 구축해 온 한우디지털정보센터(HDIC)의 공식 개소였다. 하재정 한우자조금 책임연구위원은 AI 챗봇 기반 정보 검색 서비스를 시연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학술자료와 사양관리 정보, 기관별 연구성과를 손쉽게 검색하는 기능을 소개했다.
한우디지털정보센터는 2024년부터 한우자조금이 추진해 온 사업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을 비롯해 축산 관련 대학과 학회, 연구기관 등 26개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관별로 분산돼 있던 한우 관련 정보를 통합했다. 올해 홈페이지 구축을 마무리하고 이날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으며, 연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우자조금은 앞으로 AI 학습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농가의 사양관리와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한우 챗GPT’ 수준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생산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현장 중심의 사례가 공유됐다.
김현진 서울대 박사는 배합사료 자유채식 사양관리 방안을 소개하며 한우 거세우의 성장 단계별 최적 급여 프로그램과 스트레스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한종민 장한농장 대표는 수익 중심 목장 운영 전략과 생산성 향상 사례를, 권영태 대황축산 대표는 송아지 생산관리와 육성률 향상 방안을 발표하며 초기 사양관리와 질병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축사를 통해 “사료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농가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마트축산 기술과 인공지능 활용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정부도 한우법 시행령 마련과 송아지 생산안정제 개편 등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현장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천 한우자조금 위원장은 “최근 한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는 과정일 뿐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한우디지털정보센터 구축과 사료비 안정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한편, 농가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권익 향상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