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부가 최근 용인반도체국가산업단지 계획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산단으로 이어질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주민대책위의 반발 및 공론화 요구도 한층 강해지고 있다. 전국 송전탑 투쟁 연대의 한 축을 맡은 전남 영암 지역 주민대책위는 다시 한번 상경해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주민들과 함께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싸움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고압송전선로철탑건설반대영암군대책위원회는 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신해남-신장성 345kV 송전선로 철회요구 영암군민 청와대 앞 결의대회’를 열었다. 신해남-신장성 구간 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전남 서남권의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의 시작 구간을 만드는 사업으로 용인반도체국가산업단지 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확정 계획대로면 강진군·영암군·나주시·장성군을 통과하는 송전선로를 따라 송전철탑 약 200기가 세워질 예정이다.
정철 대책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대통령이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기에 드디어 송전탑 계획이 멈추겠구나 했지만, 국민주권 정부가 기어이 용인 반도체 산단을 추진하고 주민들 머리 위 초고압 송전선로로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겠다고 결정했다는 사실에 배신감까지 들었다”라며 “기어이 영암과 전국 곳곳을 제2의 밀양 사태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분노했다.
이어 “끝내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면 우리는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죽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만 죽지는 않을 것”이라며 “농촌 주민을 희생시켜 기업과 도시를 살리려는 정책을 지속하는 이 정부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끝까지 싸워 투쟁에서 승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주관하는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윤일권)도 대표자들을 보내 강한 연대의사를 피력했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풍력, 태양광, 송전선로로 고통받는 전국의 농민들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잘못된 이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전 국민적 합의의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을 우리의 투쟁으로 만들어나가자”라고 제안했다.
사회대개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도 “국가가 이재명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들, 반드시 국민·시민들과 함께 공론화돼야 할 부분들에 대해 끊임없이 주장하겠다”라며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투쟁의 일선으로 내몰리고, 지역에서도 극심한 지역민 간 분열로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우리 힘으로 바꿔내고 투쟁으로 승리하자”라고 격려했다.
영암군 금정면 주민 김노연씨는 이날 대회에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외친 것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을 우리도 그저 똑같이 살고 싶다는 요구 단 하나였다”라며 “아직도 특별법으로 법률적 문제를 제거하고, 한전이 선을 긋는대로 송전선을 세우는 구시대적인 방식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라고 소리쳤다. 그는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요구이고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결정됐다고 해서 잘못된 시작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이후 송전탑에 둘러싸일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끝내 송전선로를 끊어내는 내용의 역할극으로 상징행동을 벌인 뒤 청와대 측에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