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농산물 가격 폭락과 생산비 폭등이라는 이중고 속에 신음하는 농민들이 양배추밭을 갈아엎었다. 해마다 반복되고 심화되는 문제상황 속에서, 농민들은 정부가 시장 중심의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가격 보장과 생산비 보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 2일 오후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윤일권, 농민의길)과 청주시농민회(회장 김창석)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농산물 가격 폭락 대책을 촉구하는 양배추 밭 갈아엎기 투쟁’에 나섰다. 애써 키운 1000평 남짓의 양배추밭 절반이 갈려나가는 동안, 지켜보는 농민들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은 올해 초부터 제주 월동무, 양파부터 시작해 현재는 대부분의 채소류가 가격 폭락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란 전쟁 이후 면세유, 비닐, 비료 등 농자재 가격도 폭등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실을 성토했다. 아울러 정부가 ‘소비 침체’라는 원인만을 강조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농산물을 국민의 식량과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농민 생존권을 보장하는 농정으로 전환하라”고 절박하게 요구했다.
지난 6월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락된 양배추가격은 8kg 기준 평균 3782원으로, 최근 5개년 동기 평균가격 가운데 가장 낮았다. 동기 평년가격 대비 약 30% 하락한 수준이다. 청주에서 양배추 농사를 짓는 농민 최재학씨(62)는 지금 가격이 “완전 바닥”이라며 “농사 지으면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가의 구입가격지수는 전년동분기 대비 비료비는 6.4%, 농약비는 5.2% 증가했다. 최씨는 보조금을 제외해도 20kg당 1만8000원대에 형성된 올해 2분기 무기질비료(21-17-17) 가격을 두고 “작년에 비해 20~30% 올랐다”고 했고, 면세유와 비닐하우스 가격 역시 폭등했음을 강조했다.
이번 양배추밭 갈아엎기 투쟁을 준비한 김창석 청주시농민회장은 작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투쟁에 나섰던 것을 언급하며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농민들이 진짜 가슴 아프다. 하지만 농민들의 가슴 아픈 심정을 전달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7일 서울에서 열릴 농민대회에서는 이날 폐기하지 않은 양배추를 시민들에게 산지 가격으로 판매해 지금의 절박한 상황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농산물가격 폭락·농자재값 폭등 근본적 대책 마련 △농산물 공정가격제 시행 △폭등한 생산비 책임지는 농정 △CPTPP 가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김희상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양배추는 식단 변화 등으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배추와 이모작으로 농사짓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수급 품목에는 들어가있지 않다”며, “주요 농산물에는 공공수급제 도입, 그 밖의 농산물에는 노동비를 감안한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공정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늘어난 농어촌특별세에 대해서도 농산물 가격·생산비 보전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