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흥정도 하지만 상인의 손은 언제나 멸치의 뼈를 바르고 있다.볼거리 천국 부산 기장군은 먹거리의 천국이기도 하다. 군 단위의 작은 지역이지만 다른 지역보다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다. 철 따라 나오는 식재료로 축제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특산물이나 먹거리를 잘 정리해두었다. 낯선 곳에 가서 모르는 뭔가를 찾아내기란 여간 고생스러운 것이 아니기에 고맙고 좋다.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장은 늘 가고 싶은 곳인데 그곳에 갔을 때 우왕좌왕 하지 않아도 되니 칭찬하고 싶다.
우리가 기장시장 오일장을 찾았을 때는 미역·다시마축제가 끝나고 멸치축제의 기간이었다. 기장의 미역과 다시마는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이름이 나 있다. 멸치도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남해와 비슷한 시기에 축제를 하면서 사람들을 어마어마하게 불러 모은다. 사실 어느 지역의 멸치가 더 맛있다거나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홍보나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다가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기장시장 멸치상인들의 시선은 지나가는 사람들에 있지만 손은 엄청 바쁘게 움직인다. 머리를 떼 내고 뼈를 발라 모양이 유지되게 멸치 손질을 한다. 조금 사다가 조려서 쌈을 싸면 좋겠다.
아무튼 나는 ‘2·7’장이 열린다는 정보를 가지고 기장엘 갔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봐왔던 오일장의 풍경이 아니었다. 그냥 상설시장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상인들께 여쭈니 이미 오일장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라 했다. 어쩌면 5일에 한 번씩만 장이 서서는 몰려오는 손님들을 감당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했다. 내가 다녀본 오일장 중에는 상인이 단 2명 있는 곳도 있었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러지는 모습의 장터를 보면서 애가 탔던 기억이 난다. 손님이 없으니 자연스레 상인도 나오지 않는 장이었다가 이름만 남고 사라지는 장들이 자꾸 나오고 있는 세태를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시장 밖 버스정류장 쪽 가게 앞에 오일장을 기억하고 나왔을 생산자 겸 상인의 좌판이 좀 펼쳐져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기장시장은 대게를 쪄서 파는 대형식당 몇 곳이 같이 하고 있다. 식당들 근처에 문어를 파는 상인들이 있는데 문어를 사면 쪄준다고 하면서 판다. 찌는 도구가 없는데도 자꾸 쪄준다고 한다. 5000원을 내면 대게집에서 쪄주는 협업을 하고 있었다.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 문어를 파는 사람들이 호객을 하면서 문어도 삶아야 하는 포항이나 울진, 삼척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물에 삶지 않고 대게 찌는 조리도구에 찌는 문어도 특이하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문어가 싸다는 것이다. 작지만 제법 실한 문어 3~4마리에 2만원, 3만원, 5만원을 부른다. 3만원짜리 양푼의 문어를 샀는데 돌아와 삶으며 뭔가 선물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상인은 문어를 부드럽게 삶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상인은 대명호, 대양호에서 공수해온 것이라 등 뒤에 써 붙이고 판매를 하는데 자신이 그 배의 선장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먹는 게 중요하다. 농부의 얼굴을 알고 먹을 때처럼. 그런 이유로 자신이 생산한 것을 들고나온 그 지역의 농부나 어부 상인이 많은 전국의 오일장은 반드시 지켜졌으면 좋겠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와 시장통으로 걷다 보면 첫 사거리가 나오는데 북쪽 방향의 거리는 시장 뒷골목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중 한 곳에서 곰장어를 손질해 팔고 있었다. 힘이 얼마나 좋은지 껍질을 벗기고 썰어 두었는데도 자꾸 움직인다. 잡식동물인 인간이 참 잔인하다고 떠들다, 어쩌면 잠시 후엔 어느 식당에 앉아 저걸 먹으며 맛있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잡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기장시장은 역시 해산물이 많은 곳이다. 기장의 특산물인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와 고등어, 갈치 및 여러 종류의 소라, 멍게, 조개들이 즐비하다. 톳과 미역에 둘러싸인 따개비가 있어 한 그릇 샀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삶아 먹어야겠다. 삶으면 바로 껍질과 분리되니 다슬기나 고동과 달리 핀 같은 것을 이용해 빼먹지 않아도 돼 편한데 맛도 좋다.
채소도 많다. 아직은 봄이라 나물들이 제법 괜찮았다. 나물이 많은 지리산에서 출발했기로 나물 사는 건 생략하고 귀가를 했다. 가을엔 붕장어와 곰장어, 한우불고기 축제가 있다니 또 가볼 일이다.

고은정 제철음식학교 대표
지리산 뱀사골 인근의 맛있는 부엌에서 제철음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제철음식학교에서 봄이면 앞마당에 장을 담그고 자연의 속도로 나는 재료들로 김치를 담그며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50여 가지의 밥을 한다. 쉽게 구하는 재료들로 빠르고 건강하게 밥상을 차리는 쉬운 조리법을 교육하고 있다. 쉽게 장 담그는 방법을 기록한 ‘장 나와라 뚝딱’, 밥을 지으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밥 짓는 법과 함께 기록한 ‘밥을 짓다, 사람을 만나다’ 등의 저서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