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는 시골 마을에서는 길에서 사람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마을에서는 스무 명의 아이들이 줄을 맞춰 걸어가는 모습을 날마다 볼 수 있다. 송면어린이집 아이들이다. 송면 다리 아래로 흐르는 하천이 꽝꽝 얼어붙어, 썰매 타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일곱 살 아이들은 동네 어른들이 만들어 준 나무 썰매를 지치고, 아장아장 어린 아기들은 선생님이 끌어주는 눈썰매를 타고 얼음판 위를 돈다. 열흘이 넘는 강추위에 날마다 타는 얼음 썰매가 시큰둥해지면, 얼음판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도 개발한다. 얼음 언덕을 굴러서 내려오기, 서서 얼음 미끄럼 타기, 배를 깔고 엎드려서 얼음 속 들여다보기 등 새로운 놀이는 셀 수 없이 많다.
하나도 춥지 않을 만큼 놀고 나면 자기가 타던 썰매를 들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가다가 물건을 떨어뜨리고 친구하고 투닥투닥도 한다. 선생님은 안전만 신경 쓸 뿐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도착하고, 아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두꺼운 옷을 훌렁훌렁 벗고 맨발에 내복 바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점심 먹을 때까지 데굴데굴, 각자 하고 싶은 걸 한다. 내복 바람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보고 있는 나도 이곳이 어린이집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속이 흐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벗은 옷은 스스로 정리하고, 맨발이 되자마자 손을 씻으러 간다.
꽝꽝 얼어붙은 시골 마을에 햇살이 눈 부시고, 시골 마을 아이들이 햇살처럼 웃는다.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오랫동안 출판일을 하면서 사진 작업을 하다, 지금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문화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괴산의 청년농부들을 만나면서 <청년농부>라는 첫 책을 냈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풍경을 함께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