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더위 온다’. 여름만 되면 반복되는 예보다. 끝 모르는 폭염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면, 올 여름엔 특별한 보양식으로 기운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 주인공은 바로 염소고기다. 조선시대엔 수라상에 오를 정도의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으며, 특히 숙종과 장희빈이 즐겨 찾았다고 전해진다. 염소고기는 요리법도 다양한데, 뜨끈한 탕은 물론 전골·수육·무침으로도 맛볼 수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팔색조 같은 그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보고자 서울의 한 전문식당을 찾았다.
◆“진하게 우린 육수에 기운이 펄펄”…전골=이열치열(以熱治熱)로 무더위를 날리고 싶다면 꼭 맛봐야 할 요리다. 뽀얀 빛을 띠는 국물에 칼칼한 양념이 어우러져 깊은 맛이 난다. 육수는 흑염소 뼈와 고기를 솥에 넣고 매일 8시간 넘게 고아 풍미가 진하다. 여기에 부추·깻잎·대파·버섯을 듬뿍 올려 팔팔 끓이면 향긋한 채소 향까지 더해진다.
전골에 들어간 살코기는 식감을 살리고자 손으로 찢은 게 특징이다. 고기를 한점 집어 입안에 쏙 넣으면 소고기 장조림 같은 결이 느껴진다. 염소고기 특유의 노린내도 거의 맡을 수 없는데, 고기를 미리 삶아 잡내를 제거한 덕이다. 채소가 숨이 죽을 정도로 익으면 고기와 함께 건져 먹는다. 알싸한 겨자소스까지 콕 찍어 곁들이면 육향이 한층 담백하게 다가온다. 건더기를 먹은 뒤엔 국물에 밥 한공기를 말아서 마무리해보자. 오뉴월 더위쯤은 거뜬히 이겨낼 듯한 든든함이 밀려올 것이다.
◆“쫄깃한 껍데기와 부드러운 살코기의 만남!”…수육=염소고기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껴보고 싶다면? 수육을 택하면 후회가 없다. 별다른 양념 없이 찜기에 고기를 쪄내는 만큼 어떤 부위를 쓰느냐가 중요하다. 야들야들한 ‘배받이살’이 주가 되고, 쫄깃한 목살과 다리살을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살코기는 돼지고기 수육같이 몇번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풀어지고, 껍데기가 붙은 부위는 쫀득하고 고소해 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그대로 맛보길 권한다. 씹을수록 입안에 번지는 은은한 감칠맛이 배가된다. 그다음엔 소스를 살짝 찍거나 생강 채를 얹어 맛에 변주를 주면 금상첨화다.
◆“매콤 새콤하거나, 고소한 양념 듬뿍”…무침=염소고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무침을 추천한다. 주로 갈빗살을 사용하는데, 식감이 소고기와 꽤 닮아서 거부감이 덜하다.
먼저 차갑게 내는 초무침은 오이·양파 등 아삭한 채소를 더해 산뜻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달아난 입맛을 돋우기에도 제격이다. 갓 무친 나물처럼 따뜻한 온무침도 별미다. 참기름·참깨를 가득 넣은 구수한 양념에 결대로 찢은 고기가 어우러진다.
조은별 기자 goodstar@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