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만 빌드업(쌓아 올리기)이 있는 게 아닙니다. 비싼 사료·정액을 한번 쓴다고 갑자기 우수한 농장이 되지 않아요. 혈통 개량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고, 사양관리를 촘촘히 해나가는 것, 축산업도 결국 빌드업 싸움입니다.”
1일 울산 울주군 두서면 ‘알곡농장’에서 만난 한우농가 김태호 알곡농장 대표(50)는 비육우에게 사료를 급여하며 이같이 말했다. 송아지 3마리로 출발한 알곡농장은 지금은 전국 최상위 농가로 우뚝 섰다.
한우 200여마리를 일관사육하는 알곡농장의 출하성적표는 화려함 그 자체다. 지난해 기준 ‘도체중 상위 1%, 등심단면적 상위 1%, 원플러스(1+) 등급 이상 출현율 100%’. 알곡농장이 최근 ‘제3회 농협사료 우수농가’ 전국 대상을 거머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남다른 사양관리로 수년간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2022년 제25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제28회 대회 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차지했다.
그는 사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졸업 후엔 도그쇼 출전견을 훈련·분양하는 브리더(교배·번식 전문 사육사)로도 활동했다. 대학 시절 다져진 섬세함과 브리더 시절 혈통 관리 경험은 소를 키우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됐다.
김 대표는 “조각할 때 머릿속으로 작품을 먼저 구상하고 만드는 것처럼, 소를 키울 때도 목표 성적을 정한 뒤 그에 맞는 정액 조합을 짜 혈통을 개량해나갔다”고 말했다.
한우 사육에서 그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건 가축의 스트레스 관리. 김 대표는 “거창한 정보통신기술(ICT) 시설보다 중요한 건 소가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기본 환경”이라고 말했다.
알곡농장은 축사를 지을 때부터 층고를 높이고 사면을 텄다. 환기가 잘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축사 지붕은 투명 자재 대신 유색 자재를 활용해 직사광선을 차단했다.
바닥 청결에도 정성을 쏟았다. 김 대표는 “소가 앉아 얼마나 편안하게 오래 되새김질할 수 있느냐가 출하성적을 좌우한다”며 “바닥 관리가 안돼 메탄가스가 올라오면 소가 서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큰 덩치로 서 있는 것 자체가 소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잘라 말했다.
초유 투입과 육성기 조사료 위주 급여도 비결이다. 김 대표는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면역글로불린 함량이 높은 분말 초유를 무조건 한차례 먹인다. 이어 5개월까진 어린송아지사료를 무제한 급여한다.
이후 육성기엔 농후사료를 하루 4㎏가량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조사료 위주로 전환한다. 김 대표는 “소가 팍팍 크는 시기엔 탄수화물을 줄이고 조사료를 먹여야 뼈대·근육량이 증대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8년 전 축산업에 뛰어들 때부터 사료 급여는 늘 농협사료와 함께였다”면서 “가격·품질 등 모든 면에서 사료제품의 기준이자 표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사료 지사 직원에 대한 고마움도 피력했다. 사육 현장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농가의 가려운 부분을 바로 긁어준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농협사료 포대엔 ‘농협사료는 조합과 조합원의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면서 “농협사료가 지금처럼 농민을 먼저 생각하고 농민은 농협사료 제품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축산분야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주=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