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챙겨온 베트남 초대형 복합개발사업 '롯데 에코 스마트시티'가 다시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한때 사업 철수까지 검토했던 프로젝트가 현지 투자자 유치로 재가동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약 9000억원 규모의 토지이용료 체납 문제가 불거지며 사업 정상화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 졌다.
9일 베트남 현지 보도와 제보자에 따르면 사업 시행사인 롯데 프로퍼티스 HCMC는 약 15조7040억동(약 9000억원)의 토지이용료를 90일 이상 체납한 상태다. 체납액 대부분은 토지사용료와 토지 임대료 등 토지 관련 부담금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시 세무당국은 토지이용료 체납액이 일정 기간 내 납부되지 않을 경우 법정대표자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까지 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단순한 토지이용료 체납 문제를 넘어 사업 운영과 경영 리스크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롯데그룹 신 회장이 동남아 성장 전략 핵심 사업으로 직접 추진해온 프로젝트인 호찌민 투티엠 신도시에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상업시설과 호텔, 오피스, 주거시설 등을 포함한 스마트시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착공식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총출동하며 그룹의 대표 해외 프로젝트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업은 출범 이후 순탄하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의 인허가 절차 지연과 토지사용료 산정 문제가 장기화됐고, 개발비용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 당국이 토지사용료를 대폭 상향 책정하면서 사업성 논란이 불거졌고, 롯데는 지난해 사업 철수 방침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당시에는 토지사용료가 약 16조동 수준으로 산정되면서 사업 지속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후 롯데는 사업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베트남 대형 부동산 개발사인 팟닷(Phat Dat)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며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했다. 최근 베트남 당국은 팟닷의 지분 인수를 승인했고, 현재 지분 구조는 팟닷 35%, 롯데쇼핑 30.59%, 호텔롯데 22.94%, 롯데건설 11.47%로 변경됐다.
현지 투자자를 참여시켜 자금 부담을 줄이고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투자자 참여가 확정된 직후 대규모 토지용료 체납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업 정상화 기대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롯데 측은 이번 체납이 사업 부실 때문이 아니라 금융 규제에 따른 자금 집행 지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현지 은행의 대출 규제 등으로 납부 일정이 늦어진 것이며, 사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토지이용료 납부 지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롯데 에코 스마트시티는 그룹의 대표 해외 투자사업인 만큼 대규모 토지사용료와 사업비 증가, 현지 행정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질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가 공동 투자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특정 계열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