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철저히 중앙의 관점에서 농어촌을 대상화하며 무엇인가를 새로 ‘개발’하고, 인프라 확충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던 기존 농정 주체 및 그동안의 농어촌 정책을 되돌아보며, 이제야말로 농어촌 정책 기조를 ‘주민의 관점’에서 새로 만들어 가자는 주장이 현장에서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호, 농특위)는 더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농어촌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권역별로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20여 년간 정부 부처별로 막대한 돈을 쓰며 다양한 농어촌 정책을 펼쳤지만 농어촌 주민들은 정책 효능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인식하에, 농특위는 지역 내 다양한 주체의 협력에 의한 현장 기반형 농어촌 정책 재편방안 개발 목적으로 이번 토론회를 기획했다.
토론회는 호남권, 강원-충청권, 영남권에서 한 차례씩 연다. 첫 번째로 열린 호남권 토론회는 지난 8일 전북 김제시 농촌경제사회서비스활성화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이 공통으로 낸 주장은 △농어촌 정책 수립·실행 단위를 ‘시군’에서 ‘읍면’으로 재편 △농어촌 정책사업 최우선 과제를 주민 주거·돌봄·먹거리 등의 영역으로 설정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적 공론장 형성 등이었다.
전남광주 영광군 묘량면에서 온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는 농촌 대상 정책사업 과정이 행정 주도하에 여전히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데다 ‘깜깜이’이기까지 한 상황을 지적했다.
권 대표는 “농촌협약과 ‘농촌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봐도 그렇다. 이장단 회의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몇 줄 설명하고, 외부 용역사가 갑자기 등장하고, (이미 주민들이 오랫동안 의견을 내왔음에도) 원점에서 또다시 의견 수렴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주민위원이 ‘우리가 기존에 이야기한 건 보고 왔소?’라고 물으면 (외부 용역사의) 답변은 항상 ‘아니오’였다”며 “이장들은 ‘내가 이런 사업(외부 용역사 끌어들여다가 진행한 농식품부 주도 사업) 참여한 지 10년이지만 바뀐 게 없네’라며 실소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전북 임실군에서 온 박기언 (사)임실군마을가꾸기협의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농어촌 현장에서 다양한 정책이 펼쳐졌지만 이 사업들로 ‘주민의 하루’가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정책은 다양해졌지만 주민의 질문은 훨씬 구체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아침에 병원에 갈 차가 있는지, 마을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위기 신호는 누가 감지하고 연결하는지, 주민 의견은 실제 결정에 반영되는지 등 ‘주민의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농어촌 정책이 되려면, 해당 정책들이 단순한 ‘사업’ 단위가 아닌 ‘주민의 하루’를 자세히 살피며 재설계돼야 한다는 게 박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박진숙 함께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전남광주 곡성)은 농어촌 정책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주민총회를 읍면 생활서비스 결정 공론장으로 재설정 △마을교육공동체를 농어촌 생활권 정책 핵심 축으로 설정 △읍면 단위 통합돌봄 체계에 기반한 농촌 사회서비스 재구성 △농어촌기본소득 및 햇빛소득마을 수익의 주민 생활자치 위한 재원 구조로 연결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