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19일 제주도 제주시 하귀농협(조합장 강병진) 하나로마트에서 발생한 지게차 전도 사고(차량이 넘어지는 사고)로 27세 청년노동자가 사망한 지 3주일이 지났음에도, 사고 진상규명을 약속했던 농협조직은 여전히 ‘그대로’다. 어느 조직이건 사고가 발생하면 조직 차원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게 기본이건만,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 역시 아직 조용하다.
일단 제주경찰청에서 하귀농협 직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도 진상 파악에 나선 상태다. 반면 하귀농협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고 김영균씨의 유족 대상 지원 및 사고 원인 규명 등을 약속했으나, 사고 후 3주일 가량이 지났음에도 하귀농협 차원의 진상규명 움직임은 아직 없다.
이런 가운데 하귀농협 측이 지게차 작업 전 작성해야 하는 안전작업계획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게차 운전면허가 없는 김영균씨가 작업을 맡는 것으로 작성했거나, 실제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의 이름을 허위로 넣고 김씨를 투입했거나, 어떤 식으로건 안전작업계획서를 거짓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해당 건을 포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향후 경찰 수사 및 농협 차원의 감사 과정에서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래 지역농협들에 산업안전 관련 매뉴얼을 배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은 참사가 벌어졌다는 건, 현장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음을 뜻하며, 이에 대한 농협중앙회 차원의 관리·감독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게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 등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오성권 전국협동조합본부 제주본부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농협 조합장들은 농협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 문제에 너무나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다. 사업장에서 구조적으로 적은 노동자를 투입해 큰 효과를 보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하귀농협뿐 아니라 제주도, 나아가 농협조직 전반이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지역 농축협별 노동조합들이 소속된 전국협동조합본부 제주본부는 2023년 제주 지역농협 12곳 조합장들과의 단체교섭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협약을 체결했고, 이에 기반해 농축협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이번 하귀농협 참사와 같은 일이 그치지 않았다는 게 오성권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야말로 산업안전보건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