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농협의 올해 1분기 실적은 겉으로는 무난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중앙회와 금융지주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냈지만, 정작 조합원과 직접 맞닿아 있는 농축협의 순이익은 크게 줄었다. 경제사업은 성장했지만 신용사업 수익 감소를 막지 못했고, 중앙회 경제지주의 공판장 사업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농협중앙회가 공개한 ‘2026년 1/4분기 운영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농축협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6390억원보다 1300억원 감소했다. 농축협은 지역농협·지역축협·인삼협을 포함하는 지역조합이다. 유형별로는 농협 순이익이 4442억원으로 전년보다 1040억원 줄었고, 축협은 657억원으로 251억원 감소했다. 인삼협은 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농협 신용사업 전년보다 총이익 감소
문제는 농축협의 손익 악화가 일시적 숫자 감소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농축협의 1분기 신용부문 매출총이익은 2조2122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3444억원보다 1322억원 줄었다. 반면 경제부문 매출총이익은 1조3728억원으로 전년보다 830억원 증가했다. 경제사업에서 이익을 늘렸지만, 신용사업에서 빠진 이익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판매비와 관리비가 3조1392억원으로 전년보다 694억원 늘면서 영업이익은 4458억원으로 전년보다 1186억원 감소했다.
결국 농축협의 1분기 실적은 “경제사업은 늘었지만 신용사업이 무너지자 전체 이익이 줄어든 구조”다. 이는 지역농협이 여전히 신용사업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협동조합의 본령은 조합원 농산물 판매, 영농자재 공급, 산지 유통, 농업인 지원에 있지만, 실제 손익 구조는 여전히 신용사업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
농협 경제사업의 외형은 성장했다. 경제사업 실적은 16조5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5조7173억원보다 5.1% 증가했다. 판매사업은 8조2296억원으로 5.2%, 구매사업은 3조1498억원으로 9.0%, 마트사업은 3조3070억원으로 3.6% 늘었다. 가공사업도 1조4695억원으로 1.3% 증가했다. 그러나 3월 말 계획 대비 달성률은 95.1%에 그쳤다. 외형 성장은 있었지만, 계획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상호금융 예금줄고 대출늘어…경고등
상호금융 흐름도 경고등이 켜졌다. 농축협 상호금융 예수금 잔액은 472조382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0.7% 감소했다. 반면 대출금 잔액은 379조2391억원으로 1.9% 증가했다. 예수금은 줄고 대출금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자금 조달 여건과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는 1조8644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지만, 신용사업의 매출총이익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실적은 지역농협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중앙회 종합손익은 4753억원으로 연간계획 대비 31.7%를 달성했다. 금융지주는 연결손익 8687억원을 기록해 계획 대비 128.7%,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4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5% 증가했고, NH농협손해보험도 399억원으로 95.6% 늘었다.
농협 전체의 금융 성과만 놓고 보면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가 농업인 실익과 곧바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지주는 호실적을 냈지만, 조합원 접점인 농축협의 순이익은 1300억원 줄었다. 농협이 하나의 조직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중앙회·금융지주와 지역농협 사이의 실적 온도차는 뚜렷하다.
농협공판장, 도매사업 전년대비 감소
더 심각한 대목은 중앙회 경제지주의 공판장 사업 부진이다. 농업경제 사업실적은 4조6087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증가했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농협의 농산물 유통 기능과 직결되는 사업은 오히려 후퇴했다. 도매사업은 4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4612억원보다 9.7% 감소했고, 공판장 사업은 6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6491억원보다 5.0% 줄었다. 연합마케팅도 963억원으로 3월 말 계획 대비 달성률이 91.4%에 그쳤다.
이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다. 공판장은 산지 농산물의 가격 형성, 출하 조절, 생산자 보호와 맞닿아 있는 핵심 유통 기능이다. 농협이 농산물 유통 혁신과 산지 조직화를 말하면서도 정작 공판장 사업이 역성장했다면, 농협의 유통 기능이 제대로 강화되고 있는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
반면 자재사업은 1조2076억원으로 전년보다 14.9%, 에너지사업은 1조680억원으로 8.8% 증가했다. 투입재 관련 사업은 성장했지만, 농산물 판매와 가격 형성에 직결되는 공판장·도매 기능은 뒷걸음질친 것이다. 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농협이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조직인지, 아니면 자재와 금융 중심의 사업조직으로 기울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1분기 실적은 농협 개혁 논의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만으로 농협의 역할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지역농협이 조합원의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주고, 생산비 부담을 낮추며, 농업인 실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느냐다.
지역농협 신용사업 의존도 낮춰야
농축협 경제사업은 성장했지만, 전체 순이익은 줄었다. 중앙회 경제지주는 농업경제 전체 실적을 늘렸지만 공판장 사업은 감소했다. 금융지주는 이익을 키웠지만 지역농협의 신용사업 수익은 악화됐다. 이 모순된 흐름이야말로 현재 농협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농협이 협동조합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면 금융 실적을 앞세운 성과 홍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농협의 신용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공판장·도매·연합마케팅 등 농산물 판매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농업인에게 돌아가는 실익 없이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실적만 좋아지는 구조라면, 농협 개혁의 명분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올해 1분기 농협 실적은 “성장”보다 “불균형”에 가깝다. 농축협 신용사업은 전년보다 1322억원 줄었고, 경제사업 성장은 순익 감소를 막지 못했다. 중앙회 공판장 사업도 역성장했다. 농협이 진정 농업인 조직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상의 실적 설명이 아니라 지역농협의 지속가능성과 농산물 판매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구조적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