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농협중앙회의 올해 1분기 실적은 겉으로는 무난해 보인다. 중앙회 종합손익은 연간계획 대비 31.7%를 달성했고, 경제지주의 농업경제와 축산경제 사업도 전년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농협이 정작 강화해야 할 농산물 판매·유통 기능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재·에너지 등 투입재 관련 사업은 성장한 반면, 공판장과 도매사업은 전년보다 감소해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농협중앙회가 공개한 ‘2026년 1/4분기 운영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중앙회 종합손익은 4753억원으로 연간계획 대비 31.7%를 달성했다. 1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계획 달성률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중앙회 실적을 평가할 때 단순 손익 규모만 볼 수는 없다. 농협중앙회의 존재 이유가 일반 기업처럼 이익을 많이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농협과 조합원을 지원하고 농산물 유통을 안정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의 농업경제 사업실적은 4조6087억원으로 3월 말 계획 대비 105.3%를 달성했고, 전년 동기 4조4335억원보다 4.0% 증가했다. 축산경제 사업실적도 1조4632억원으로 계획 대비 113.3%, 전년 동기 대비 8.1%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경제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농업경제 세부 항목을 보면 문제는 분명하다. 자재사업은 1조207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14억원보다 14.9% 증가했다. 에너지사업도 1조680억원으로 전년보다 8.8% 늘었다. 농협몰은 453억원으로 15.3%, 양곡사업은 10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농산물 유통의 핵심 기능과 맞닿아 있는 도매사업과 공판장 사업은 역성장했다. 도매사업은 4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4612억원보다 9.7% 감소했고, 공판장 사업은 6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6491억원보다 5.0% 줄었다.
이는 단순한 사업 부문별 증감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가 농업인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해야 할 영역은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기능이다. 공판장은 산지 농산물의 가격 형성, 출하 조절, 생산자 보호와 직결돼 있다. 도매사업 역시 농산물 유통망에서 농협의 공적 역할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그런데 이 두 부문이 동시에 감소했다는 것은 농협의 유통 기능이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연합마케팅 실적도 963억원으로 3월 말 계획 대비 91.4%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는 1.2% 증가했지만 계획 달성률은 부진했다. 연합마케팅은 개별 농가와 지역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운 산지 조직화와 공동판매를 중앙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계획에 못 미쳤다는 것은 농협이 산지 유통 혁신을 말하면서도 실제 실행력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
반면 성장세가 뚜렷한 부문은 자재와 에너지다. 농업인 입장에서 자재와 에너지는 생산비를 구성하는 비용 요소다. 농협이 이들 사업에서 실적을 늘렸다는 것은 사업 외형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농업인 실익이라는 기준에서는 따져볼 지점이 많다. 농협이 영농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격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역할을 했다면 의미가 있지만, 단순히 판매 실적이 늘어난 것이라면 농업인에게는 생산비 부담 증가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가 강조해 온 농산물 유통 혁신의 방향과 실제 실적 사이에도 괴리가 있다. 농산물 가격 불안과 산지 폐기, 수입 농산물 확대 등으로 농업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협의 공판장·도매 기능은 더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은 그 반대다. 농산물 판매와 가격 형성 기능은 줄고, 자재·에너지 등 투입재 관련 사업은 늘었다. 이는 농협중앙회가 농업인의 판매 문제보다 투입재 공급과 사업 규모 확대에 더 기울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축산경제 부문도 외형상으로는 성장했다. 축산경제 사업실적은 1조4632억원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공판 부문은 6890억원으로 전년보다 14.7% 늘었고, 도소매유통도 3027억원으로 6.7% 증가했다. 다만 배합사료는 3246억원으로 전년보다 4.0% 감소했고, 군납사업도 661억원으로 4.8% 줄었다. 축산 부문은 농업경제와 달리 공판 실적이 증가했지만, 사료와 군납 등 일부 사업은 부진했다.
경제지주 자회사 실적도 양면적이다. 경제지주 자회사 전체 사업실적은 2조4007억원으로 계획 대비 100.5%,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그러나 하나로유통은 3239억원으로 전년보다 8.2% 감소했고, 농협사료는 4264억원으로 4.5%, 농협목우촌은 1538억원으로 8.3% 줄었다. 농경 자회사 소계는 전년보다 4.4% 증가했지만, 축경 자회사 소계는 5.6% 감소했다.
결국 농협중앙회의 1분기 실적은 ‘전체는 성장, 핵심은 부진’으로 요약된다. 중앙회 종합손익과 경제지주 총실적은 계획치를 넘겼지만, 농업인 실익과 직결되는 공판장·도매·연합마케팅 부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농산물 판매 기능이 약화되는 가운데 자재·에너지 사업이 성장한 것은 농협중앙회의 사업 방향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과 맞닿아 있는지 되묻게 한다.
농협중앙회는 농업인을 위한 중앙조직이다. 따라서 실적 평가는 매출과 손익의 크기가 아니라 농업인의 농산물을 얼마나 잘 팔아주고, 산지 가격 형성에 얼마나 기여했으며, 지역농협의 경제사업을 얼마나 뒷받침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1분기 실적은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농산물 유통혁신을 말하면서 공판장 사업이 줄고, 산지 조직화를 강조하면서 연합마케팅이 계획에 못 미친다면 농협중앙회의 역할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가 진정 농업인 실익을 앞세우려면 자재·에너지 사업 확대를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공판장과 도매 기능을 어떻게 회복하고 지역농협의 농산물 판매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농협중앙회에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