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김채은 기자) 한 문장만으로도 지금 농촌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농산물 가격은 생산량이 조금만 늘어도 폭락한다. 반대로 농자재 가격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공급망 불안 등을 이유로 꾸준히 오른다. 농민은 판매 가격을 결정하지도 못하고 생산비를 통제하지도 못하는 구조 속에서 해마다 같은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농업을 시장 논리로 설명하려 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농업은 공산품과 다르다. 공장에서 생산량을 줄이듯 논과 밭을 하루아침에 멈출 수도 없고, 기후와 자연조건은 사람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농민은 생산량이 많으면 가격 폭락의 책임을, 생산량이 적으면 공급 부족의 책임을 동시에 떠안는다.
더 큰 문제는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와 내릴 때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지에서는 헐값에 거래되는데도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낀다. 결국 생산자도, 소비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중간 유통 과정만 비대해지는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오는 7월 7일 전국농민대회는 단순한 집회가 아니다. 농민들은 현장에서 폭락한 가격 그대로 농산물을 판매하며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차이를 직접 보여주겠다고 한다. 이는 가격 시위를 넘어 유통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왜 생산자는 손해를 보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가’라는 질문이다.
물론 모든 원인을 유통에만 돌릴 수도 없다. 기후변화는 생산 불안을 키우고 있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생산비 부담을 높인다. 여기에 소비 감소와 수입 농산물 증가까지 겹치면서 농업은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회성 가격 보전이나 긴급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농업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다. 평소에는 시장에 맡기자고 하다가 위기가 오면 국가가 나서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생산비 안정 대책, 유통구조 개선, 가격안정 장치, 수급관리 체계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야 한다.
농민은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생산비를 회수할 수 있는 환경, 땀의 가치가 시장에서 존중받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물가를 걱정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농민의 희생으로 넘기는 현실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농업의 위기는 결국 식탁의 위기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