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국내 농식품 유통 관련 학계·업계·정부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온라인 도매시장의 인공지능 전환(AX)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나서 이목이 쏠린다.
한국식품유통학회는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전북 부안 NH농협 변산수련원에서 하계학술대회를 열고 온라인 도매시장의 도전 과제와 대응 방향 등을 살펴봤다.
첫날 ‘AX에 대응하는 농식품 유통연구의 미래와 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일시 : 2026년 7월 9일(목) 16:30~17:30
△장소 : 전북 부안 NH농협 변산수련원
△주최·주관 : 한국식품유통학회
△좌장 : 이종인 강원대 교수
△토론자 : 주재창 한국농수산대 교수,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김상덕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사장, 정준호 농협중앙회 연구위원, 성형주 농산업융합연구소장, 이상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본부장, 박은영 농림축산식품부 과장<발언 순>
△사진·정리 김진오 기자
[종합토론]
△<좌장>이종인 교수=오늘은 토론한 내용을 요약·정리하지 않겠다. 청자가 주제를 해설 없이 이해할 것이라 믿고 토론을 진행하겠다. 대신 토론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도록 하겠다. 주제 준비를 많이 해 왔더라도 핵심으로만 요약해서 말해 주면 감사하겠다.
△주재창 교수=유통업계의 관심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시장과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판로를 구축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정보를 활용해 생산을 계획하고 소비 트렌드를 읽는 것 자체가 농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그런 관점에서 온라인 도매시장은 단순히 기존 오프라인 거래를 온라인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물류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농산물 유통 생태계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결국 온라인 도매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출하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시장 정보를 살려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산지 조직에서는 품질 관리와 공동 선별 계약 출하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 농업협동조합(JA전농)처럼 산지 조직 간 협력과 표준화를 기반으로 물류 효율성을 높여온 운영 체계를 배워야 한다.
△김성우 박사=온라인 도매시장 AX의 키워드는 4개로 요약할 수 있다. 효율성, 지원, 신뢰, 참여다. 기본적으로 민간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공공 부문은 직접 참여해 시장을 꾸려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지원해 줄까가 중요하다. 그 다음은 신뢰 구축이다. 보지 않고 사는 것들은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 마지막 키워드인 참여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보상 정책이 필요하다. 농업인에게 농산물 판매대금은 자신의 연봉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도매시장은 쉽사리 들어올 수 없다. 예산이 허락된다면 농업인에게 판매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전해 주는 게 정책적 효과를 내리라고 본다.
물류에 대해서도 잠깐 말하겠다. 공공물류에는 한계가 있어 철저하게 민간이 가야 하는 영역이다. 다들 지금은 산지에서 도매시장까지 가는 물류만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중도매인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부분도 공공이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이남수 박사=최근 농식품업계의 4대 메가트렌드로 디지털화, 소포장화, 물류 혁신, 지속 가능성이 언급되는데 수산 쪽도 작게나마 진행되고 있다. 수산업계에서 가장 미진한 것이 물류다.
농산물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있다면 수산물에는 수산물산지유통센터(FPC)가 있다. APC에 비하면 활성화가 잘 안 되고 고유 기능이 조금 퇴색되는 부분도 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품목별 FPC를 준비하며 수산물 특성에 맞게 변형해 추진하고 있다.
수산물 차원에서 AX의 핵심은 데이터의 연결이다. 수산물도 어획 단계부터 위판, 도매, 온라인 소비까지 데이터가 많이 생산되고 있지만 연결이 안 돼 단절돼 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곧 시행될 연근해 어업 발전법이다. 이 중 핵심은 고기를 언제 누가 잡았는지 증명하지 않으면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어획 증명제다. 이런 제도가 시행되면 데이터가 축적되고 AI 시대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생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벤트 발생 후 사후 대응하는 정책이었다면 향후에는 데이터와 기술 기반으로 사전 준비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
△김상덕 사장=AX라는 주제는 대구농수산물시장과도 맞닿아 있다. 오프라인 기반의 도매시장이 온라인을 도입하는 건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필수 사항이다. 다만 전국 도매시장들이 1980년대, 1990년대 지어져 현대 유통을 따라가기 힘들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지금까지 농축산물 유통에서 가장 부족했던 분야가 품목마다 등급을 정하고 그에 맞춰 표준화하는 작업이었는데, 이제 AX 시대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구시장은 최근 온라인 거점 물류센터로 지정됐다. 대구시장은 전국 거래 규모 3위 안에 드는 큰 시장이다. 특히 경북 등 전국 최대 산지를 끼고 있고 영남권 중심에 위치해 있다. 또 시범사업 3년이 지나면 착공에 들어가 시장 이전을 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온라인 도매시장의 표준과 기준을 세워 미래형 도매시장으로서 기존 시장들을 선도하고 싶다.
△정준호 박사=과거부터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문제는 산지 조직화의 미흡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 산지 조직화가 안 됐기 때문에 유통 혁신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산지 조직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거래 시범 사업을 해보는 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우수 산지 조직과 도매법인 간의 협력 사업이나 직거래 시범 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게 필요하다.
△성형주 소장=흔히 공동 집하보다 산지 조직화를 통한 물류 효율화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중요도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 농경지 면적이 우리의 2.8배, 농업인 숫자가 2.5배인데 지역농협 숫자는 과거 3000여 개에서 지금 550개로 줄었다. 반면 산지 조직화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농축협이 1100개가 넘는다. 산지 조직화가 근본적인 원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 우리나라 117개 생산유통통합조직의 2024년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이 1000억 원이었고 지난해는 1780억 원 정도로 늘었다. 과거에 대형 유통업체에만 납품하던 조직들이 이제 선별된 상품을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새로운 경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도매시장이 산지 조직화를 이끌고, 서로 발맞춰 가고 있다.
다품목 소농 중심의 산지들은 어쩔 수 없이 도매 유통이 그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해 산지조직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대다수 지방 도매시장들은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매법인 간 협력 사업으로 공동 집하 제도를 도입하는 게 좋겠다.
△이상길 본부장=현재 우리 온라인 도매시장의 상품 정보에는 등급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2023년에 제도를 설계할 때 이용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표준 규격 체계가 당도, 경도, 색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의견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분쟁의 씨앗을 만들기보다는 아예 넣지 말자고 결정한 것이다.
이제 이런 부분은 산지 APC의 조직화와 스마트 APC가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모바일 기반으로 스마트폰 사진 촬영을 통해 등급 판정이 이뤄진다면 기술적인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박은영 과장=온라인 도매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학회와 계속 논의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
첫 번째는 성과 평가 관련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이를 매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학회와 같이 논의해서 정했으면 한다. 물류비나 유통 경로 단축 등 보이는 비용뿐만 아니라 거래처를 탐색하고 관리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정성적으로 담을 수 있는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두 번째는 데이터를 활용한 기준 가격 역할이다. 거래 건수가 쌓이면서 데이터가 축적되면 기준 가격을 어떻게 설정해 공표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세 번째는 물류 서비스 관련이다. 물류센터 시범 사업 시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신선 농산물만 가지고 물류를 운영하는 건 재고 부담 때문에 쉽지 않다고 민간 업체들이 말하는데 신선 농산물을 취급하는 데 전문성을 갖춘 도매법인들이 물류 서비스 역할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도매법인의 경영 사업 합리화 방안과도 연계했으면 한다.
이 기사의 주제와 관련된 작물·수입·가격 정보는 추후 제공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