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저수율 전국 최저 수준
농식품부, 21억원 추가 지원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장마철에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영남지역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과 경북의 저수율이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주의’와 ‘경계’로 높아지는 등 농작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이 평년 수준을 밑도는 가운데 영남지역의 저수율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경남지역 평균 저수율은 42.6%, 경북은 53.7%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남 창녕은 저수율이 39.5%에 머물면서 농업용수 가뭄 ‘주의’ 단계로 관리되고 있다. 밀양지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32.6%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댐과 수원지의 상황도 심각하다. 울산 대곡댐 저수율은 8.1%까지 떨어졌으며 보현산댐 16.5%, 운문댐 27%, 영천댐 33% 등 주요 수자원 시설의 저수량도 평년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번 가뭄은 지역별 편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장마전선과 비구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포항과 경주, 울산 등 동남부지역에 강수 부족이 집중됐다. 포항은 7월 한 달 강수량이 41㎜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의 6분의 1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형산강 일대에서는 취수원으로 해수가 역류하는 현상까지 발생해 생활·농업용수 관리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남지역도 최근 두 달 동안 강수량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경남지역에 내린 비는 162㎜로 평년 강수량 487㎜의 33% 수준이었다.
강수량 부족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토양 수분과 저수지 물의 증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장마 기간 저수지를 채울 만한 비가 내리지 않은 데다 장마 직후 고온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물 공급량보다 증발산량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농업 현장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벼는 생육 과정에서 물 수요가 많은 시기를 맞고 있지만 저수율 하락으로 안정적인 급수가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용배수로 말단 농경지까지 물이 충분히 도달하지 않아 급수 순번제와 격일 급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고추와 콩 등 밭작물은 고온·건조한 날씨로 꽃이 떨어지거나 생육이 멈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수 역시 과실 비대기에 수분 공급이 부족하면 수확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지방정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하천 바닥 굴착과 임시 보 설치, 양수기·급수차 투입, 암반관정 개발 등 가용 수단을 동원해 농업용수 공급에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도 가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밀양시 초동저수지를 찾아 농업용수 공급 상황과 가뭄 피해 방지대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초동저수지는 총저수량 157만톤, 수혜면적 385ha 규모로 낙동강 물을 양수해 저수지에 채우는 양수저류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송 장관은 현장에서 급수 상황을 확인하고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추가 용수 확보 방안을 점검했다. 이어 인근 농경지를 찾아 작물 생육 상태를 살피고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송 장관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농작물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가용 재원과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농업용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가뭄 대책비 80억원을 앞서 배정한 데 이어 가뭄이 심화함에 따라 21억원을 추가로 긴급 지원했다. 추가 예산은 가뭄이 심한 경상·전라지역을 중심으로 배정된다. 하천 굴착과 양수시설 설치, 급수차 동원 등 단기간에 농업 현장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응급대책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단기적인 급수 대책만으로는 반복되는 기후 가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남 동남부지역은 일부 대형 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소규모 농업용 저수지가 소하천 수위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강수 공백이 발생하면 용수 부족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농업계에서는 노후 저수지 준설과 저수용량 확대, 권역 간 수계 연결, 농업용수 관로 확충 등 중장기적인 공급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농업용수의 안정적인 확보는 농작물 생산뿐 아니라 식량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며 “응급 급수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권역별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