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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소금 넣을까, 설탕 넣을까?…뽀얗고 고소한 여름별미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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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단지국수’의 콩국수.

콩국수 한그릇을 먹고 나면 더위가 가신다. 시원하고 든든하다. 뽀얀 국물을 내는 콩은 한반도의 오래된 먹거리다. 대두는 야생 돌콩을 오랜 세월 길들여 얻은 작물이다. 약 3000년 전부터 알이 굵은 콩을 직접 재배해왔다. 이후 사람들은 콩으로 된장과 간장, 두부와 콩나물, 콩국을 만들었다.

콩이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른 데에는 풍부한 영양도 한몫한다. 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 칼슘·철·마그네슘 같은 무기질이 들어 있고 무엇보다 단백질이 많다. 마른 콩 무게의 3분의 1가량이 질 높은 단백질이다.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이 붙을 만하다. 다만 아미노산 구성에는 살짝 빈틈이 있다.

콩에는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처럼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황 함유 아미노산’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대로 쌀과 밀 같은 곡류에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필수아미노산 중 하나인 ‘라이신’은 부족하지만 ‘황 함유 아미노산’의 비율은 콩보다 높다. 콩과 곡류를 함께 먹으면 서로 부족한 아미노산을 보완할 수 있다. 콩국과 밀가루 면을 함께 먹는 콩국수도 그런 조합이다.

콩국은 액체지만 마셨을 때 맹물처럼 빠르게 위를 통과하진 않는다. 성분이 물에 완전히 녹은 용액이 아니라 잘게 부서진 콩 단백질과 지방 입자가 물속에 촘촘히 떠 있는 현탁액과 비슷하다. 위는 열량이 거의 없는 물을 빠르게 내려보내지만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진한 액체는 그보다 천천히 비운다. 그래서 콩국은 액체인데도 포만감이 제법 오래간다.

푹 삶은 콩을 곱게 갈면 뽀얗고 고소한 국물이 나온다. 여기에 국수를 말고 취향에 따라 소금이나 설탕을 넣는다. 오이채를 살짝 얹으면 자칫 무거워질 맛을 산뜻하게 해준다. 땀을 많이 흘리고 입맛마저 떨어지는 날에 콩국수는 훌륭한 보양식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콩국을 먹고 속이 더부룩할 수 있다. ‘라피노즈’와 ‘스타키오스’ 같은 올리고당을 사람의 소화효소가 잘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올리고당은 대장으로 내려가 장내세균의 먹이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두부를 갈아 만든 콩국은 그런 불편감이 덜하다. 왜 그럴까.

콩국이 요구르트라면 두부는 단단한 그리크 요구르트와 비슷하다. 콩국에는 콩 단백질과 지방의 미세한 입자가 물속에 퍼져 있고, 라피노즈와 스타키오스 같은 올리고당도 녹아 있다. 요구르트에도 우유보다는 적지만 유당이 남아 있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에게 불편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요구르트에서 유청을 걸러 내면 유당이 더 줄고 고형분이 농축돼 되직한 그리크 요구르트가 된다. 이와 비슷하게 콩국에 ‘간수’ 같은 응고제를 넣으면 단백질이 엉긴다. 남은 물인 순물을 빼면 단단한 두부가 되고 물에 녹아 있던 올리고당 일부도 함께 빠져나간다. 두부로 만든 콩국이 좀더 속이 편한 이유다. 물론 콩국은 발효식품이 아니고 두부를 만드는 원리도 요구르트와 똑같지는 않다. 단백질은 남기고 물에 녹는 당류 일부를 덜어 낸다는 점이 비슷하다.

그렇다고 콩국의 올리고당을 나쁜 성분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대장에서는 장내세균의 먹이가 돼 프리바이오틱스처럼 작용한다. 평소 콩을 먹어도 별다른 불편이 없다면 콩국수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배가 조금 아파도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다.

여름이면 전국의 콩국수 맛집을 다 돌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단지국수’도 그중 하나다. 직접 갈아 만든 콩국이 국수와 잘 어울린다. 너무 걸쭉하지도 과하게 고소하지도 않다. 천천히 다 먹고 나서 김치 한점으로 마무리하면 이번 더위도 잘 지나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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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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