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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미래다] 3대째 쌀농사 짓는 윤정근 씨 | 디지털농업

Nongmin News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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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1월호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1월호 기사입니다.

가업은 절대로 잇지 않겠다던 윤정근 씨가 고향으로 돌아온 건 알 수 없는 부채감(어떤 대상에게 빚을 지고 있는 느낌) 때문이었다. 한편으론 2대째 꿋꿋이 정미소를 지키는 아버지의 의지에 동참해야 한다는 자식 된 도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귀향해 아버지의 도정 기술을 배워 고품질 쌀 생산에 나선 윤씨를 만나봤다.

요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정미소다. 1970년대 후반까지 약 2만 5000곳에 달했던 전국의 정미소는 이후 쌀 소비량 감소, 정부 양곡 수매량 증가, 대형 미곡종합처리장(RPC) 설립 등으로 점차 사라져 이젠 극소수만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전남 영암군 시종면의 ‘월롱정미소’다.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해온 정미소와 벼농사를 잇기 위해 2020년에 귀농했어요. 정미소 운영은 아버지께서 맡고 있어 저는 벼농사와 쌀 판매에 주력하고 있죠. 가족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셈이에요. 틈틈이 아버지께 도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지만 아직 저는 실력이 안 돼요. 그렇지만 언젠가 아버지만큼 기술을 익히는 날이 오겠죠.”

3대째 가업을 잇는 윤정근 씨(35·달보는농산물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2020년에 귀농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윤정근 씨.

토목기사로 일하다 가업 잇기 위해 귀농

지금은 어엿한 6년 차 농부이지만 과거 윤씨는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건설회사에서 토목기사로 일했다. 건설 현장 건축물의 안전진단을 하는 전문직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또 경력을 쌓으면 창업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었다. 

“사실 귀농할 생각은 없었어요. 어릴 때 할아버지의 정미소 일을 도우며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기계화가 안 돼 무거운 40㎏짜리 쌀 포대를 직접 옮겨야 했어요. 그런 까닭에 절대로 정미소 일을 하지 않겠다며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났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게 되면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오길 바라셨어요. 2대째 이어온 손때 묻은 정미소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으셨던 거죠.”

마음이 약해진 윤씨는 그렇게 2020년 귀향하게 된다. 하지만 정미소는 그가 어릴 때 본 것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벼를 건조하는 것부터 도정·포장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벼를 가득 담은 톤백은 지게차로 쉽게 옮길 수 있고, 도정 후 쌀 포장과 적재도 첨단장비를 활용해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월롱정미소는 건조·도정·포장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정미소의 핵심 기술은 벼의 상태에 따라 알맞게 도정하는 것이에요. 품종마다 낟알의 크기와 모양이 다른 데다 같은 품종이라도 농가에 따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눈으로 확인하며 쌀을 깎아야 해요. 그래서 저희 정미소에서 도정한 쌀의 밥맛이 유난히 좋다고 해요. 할아버지 때부터 축적된 도정 기술 덕분이죠.”

이와 함께 달보는농산물에서 판매하는 쌀은 단일 품종, 당일 도정 원칙을 지키며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많은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9만 9000㎡에서 찹쌀 70%·멥쌀 30% 재배

현재 그는 9만 9000㎡(3만 평) 규모의 쌀농사를 짓는다. 이 중 찹쌀이 70%, 멥쌀이 30%를 차지한다. 찹쌀 품종은 <백옥찰>, 멥쌀 품종은 <영호진미> <새청무>다. 작기를 살펴보면 5월 중순 볍씨를 모판에 파종한 후 2주간 키워 6월 초에 모내기하고, 이후 10월 중순 수확할 때까지 물관리와 병해충 방제에 집중한다.

5월 중순경 볍씨를 모판에 파종한 후 2주간 키워 6월 초에 모내기한다.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농기계로 하기 때문에 어려운 건 없습니다. 농작업은 이앙기와 트랙터·드론 등으로 직접 해요. 수확은 이웃 농가에서 콤바인으로 해주는데 품삯 대신 볏짚을 가져가고 있어요.”

그는 품질 좋은 벼 생산을 위해 4월과 6월엔 퇴비를 살포하고 7~8월엔 혼합 비료를 꼼꼼히 챙겨 땅심을 키운다. 또한 흰잎마름병과 잎집무늬마름병·잎도열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PLS)에 따라 4~5회 방제 약제를 살포한다.

“멥쌀과 찹쌀의 작기는 같아요. 다만 찹쌀이 병에 약한 편이라 방제에 더 신경 쓰고 있죠. 멥쌀에 견줘 찹쌀은 생산량이 20% 정도 적고 수요도 적은 편이에요. 하지만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아 저는 오히려 찹쌀을 더 많이 재배해요. 멥쌀은 부족하면 지역 농가에서 매입해 도정하면 되거든요.”

고품질 쌀 적극 홍보하며 판로 다각화

귀농 후 윤씨가 농사 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건 판로 다각화였다. 아무리 쌀 소비량이 줄고 있다지만 직접 운영하는 정미소에서 도정한 품질 좋은 쌀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달보는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쌀 홍보와 판매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품질이 좋고 균일한 쌀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단골이 많다지만 전반적인 쌀 소비량이 줄어든 데다 지역마다 브랜드를 내건 쌀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는 일이 급선무였지요. 이 때문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고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판로 개척에 나섰습니다.

또 쿠팡·영암몰·남도장터 등에도 입점하고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 사진과 영상 등을 올려 홍보를 강화했죠.”

이와 함께 그는 오프라인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나주·광주·목포 등의 식당을 직접 찾아가 명함과 샘플 쌀을 돌리며 판촉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소량을 구매하는 쌀 소비 추세에 맞춰 기존 10㎏·20㎏ 포장 외에 1㎏·2㎏·3㎏·5㎏ 등 소포장 상품도 만들었다. 또 5분도미·6분도미·7분도미·8분도미 등 백미 외에 다양한 도정도의 쌀을 생산했다.

정미소의 핵심 기술은 쌀의 상태에 따라 알맞게 도정하는 것으로, 월롱정미소의 쌀은 맛있는 밥맛을 자랑한다.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던 거 같아요. 이전에 없던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면서 주 고객을 젊은 층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개발한 거죠. 그런데 쌀의 주 소비층이 중장년이라는 것을 간과했어요. 사실 젊은 사람들은 쌀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 데다 오히려 소비량이 줄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금은 소포장 상품이나 다양한 도정도의 쌀을 생산하지 않아요. 기존처럼 10㎏· 20㎏ 단위로 포장하고, 종류도 백미·현미·찹쌀·찰현미만 생산하고요. 팔리지 않는 상품은 과감히 포기한 거죠.” 

하지만 이런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다양한 판로 개척을 시도한 덕분에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점도 많았다고 한다.

“밥맛의 차이를 인지하고 쌀을 소비하는 주 고객층은 50대 이상이었어요. 앞으로 주 고객층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하면서 고품질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더 노력할 생각이에요. 온라인 시장 역시 계속 확대해갈 거고요.”

윤씨는 “앞으로도 정미소 일과 벼농사를 병행하면서 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 등 신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소형 | 사진 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