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남광주 해남 우슬체육공원에서 시작된 제2회 한국마늘산업박람회 2일차(10일) 오전, 학술세미나로 ‘K-푸드 정체성 확립을 위한 양념류 자급률 제도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K-푸드의 인지도와 수출액이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그 주력 품목인 가공식품(라면·과자·음료 등)은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농산물로 충당하고 있다. 식품산업과 농업 간 톱니바퀴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K-푸드의 정체성 자체도 애매해진 상황이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의 발제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의 국산원료 사용 비중은 약 32%다. 자급률이 높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저가 수입농산물이 사용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대표적 K-푸드인 김치는 주재료가 되는 엽근채소에 십수가지 양념채소가 어우러지는 가공식품이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의 국산농산물 사용률은 배추 90% 이상, 양념채소류 70~90%지만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완제품 김치엔 국산 재료가 사용되지 않는다. 외국산 농산물의 집합체인 중국산 김치는 국내 외식업의 절반 이상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이수미 소장은 K-푸드(식품산업)와 국내 농업의 연계를 확실히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특히 채소류 자급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현재 구상 중인 K-푸드 인증제의 ‘국산농산물 사용’ 기준 설정 △안정적 국산원료 공급을 위한 계약재배 확대 △국산원료 사용 세제혜택·차액보전이나 수입농산물 유통이력 추적 강화 등 제도 정비를 제안하기도 했다.
토론자로는 현장감각과 전문성을 겸비한 세 명의 농민이 참석했다. 먼저 이무진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부회장은 유통개혁을 강조했다. K-푸드 원료 국산화를 위해선 농산물 생산기반 유지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농산물 가격 지지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과도한 유통비용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계약재배도 산지조직화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유통이다. 농산물 수익(경제효과)이 생산자·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자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농산물 가격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핵심을 짚었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 역시 농가소득과 농산물 가격 문제에 주목하면서 전농이 줄곧 힘을 싣고 있는 ‘공정가격’ 의제를 재차 꺼내들었다. 그는 “농민에게 공정가격, 즉 농산물에 어느 정도 가격을 매겨야 먹고살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공정한 가격을 정부와 농민이 진지하게 밝혀내고 이를 농산물 가격정책과 도매시장 가격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늘 재배농가 출신인 이태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식품산업진흥법, 김치산업진흥법 등 기존의 식품산업 관련 법률들이 ‘농어업과의 연계’라는 목적을 명기하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실현 수단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산농산물 사용을 유도할 조문 삽입 필요성을 개진했다. 덧붙여 오는 8월 시행될 개정 농안법, 도매시장 제도개선 등 정부의 새 시책을 설명하면서 농민들에겐 ‘품목별 생산자자조직화’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마늘산업박람회와 토론회를 주관한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과 함께 관련 내용을 정리해 오는 10월경 국회에 ‘K-푸드 정체성 보호 및 양념류 자급률 확보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기존 법률들을 개정하기보다 특별법을 제정해 정책의 방향과 수단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상적인 김치의 필수조건, ‘국산마늘’
이날 토론에선 이미애 세계김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또 하나의 발제를 맡았다. 전체 토론 기조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지만, 김치라는 음식에서 마늘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발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늘은 김치의 발효와 잡균 억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김치의 재료가 되는 배추·고추·마늘·생강·파·양파 등 수많은 농산물들은 토양에서 유래한 미생물을 각기 단위당 수백만~수억 군락씩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작용으로 발효가 일어난다.
세계김치연구소가 배추·고추·마늘·생강 중 하나만 빼고 나머지 셋을 멸균처리하는 방법으로 4종의 김치를 담가 봤을 때, 배추와 마늘이 멸균처리된 실험군에선 모두 김치가 발효되지 않았다. 김치를 발효시키는 주요 미생물이 배추와 마늘에 들어 있다는 뜻이다.
또한 마늘 함량을 여러 가지로 조절해 김치를 담가 보니 마늘 함량이 적을수록 유해균(대장균군이나 잡균)이 확연히 늦게 줄어들고 향미도 부족해졌다. 마늘의 강력한 항균효과, 그리고 마늘 특유의 황화물이 갖는 풍미 때문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건 이같은 마늘의 효과가 ‘국산마늘’에만 국한된 효과라는 것이다. 수입마늘은 통관검역 시 미생물 기준을 맞추기 위해 90~95℃의 고온처리를 거치게 된다. 세계김치연구소 실험 결과 고온처리된 마늘로 담근 김치는 유산균 구성과 대사산물이 단조로워졌으며 맛에도 차이가 발생했다.
이 기사의 주제와 관련된 작물·수입·가격 정보는 추후 제공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