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급변하는 바이러스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이제는 ‘과학적 예방 방역’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합니다.”
취임 후 지난 14일 대한수의사회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엄길운 한국돼지수의사회 회장은 국내 양돈 산업과 방역 체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조하며 이같이 운을 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 속에서 국내 축산업의 안전망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 등과 관련해 엄 회장으로부터 대안을 들었다.
Q. 최근 글로벌 가축 바이러스의 변화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데
“지난 2~3년간의 양상을 보면 기존의 방역 상식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질병들이 과거와 다른 전파 속도와 병원성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발생 후 통제하는 사후 약방문식 방역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이러스의 변화와 유입 가능성을 사전에 감시하고 탐지하는 예측 체계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때이다.”
Q.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경로를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체계가 중요한데
“과거에는 질병이 터지면 여행객이나 오염 축산물 등 특정 요인 하나로만 유입 원인을 단정 짓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유전자 분석과 물류 데이터, 야생동물 이동 경로 등을 결합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역학조사가 필수적이다. 유입 경로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유입을 막고 다음 바이러스를 대비할 과학적 데이터를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Q. 현행 방역 시스템(SOP) 개선과 관련해선
“현장과 괴리된 일률적인 방역은 농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일례로 구제역 항체 검사 시 농장의 규모나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일괄적인 마릿수를 채혈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통계적 근거에 기반해 표본 설계를 차등화해야 한다. 소독과 세척 절차 역시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 가능한 실효적인 과정으로 재정비돼야 한다.”
Q. 국내 양돈 산업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와 민간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선
“단순히 항생제 처방전 발행 건수만 규제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농장별 진단과 투약 이력, 사양 관리 성과를 통합 관리할 전문적인 시스템과 전담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농장 주치의 제도'나 여러 시·군을 묶는 '권역별 거점동물병원'을 도입해 민간 임상수의사가 예방 단계부터 참여하는 선순환 방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Q. 향후 계획은
”대학 내 산업동물 교육 축소와 기피 현상으로 신규 돼지 수의사 유입이 멈춰 서고 있다. 근무 여건과 전문성 인정 체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한국돼지수의사회는 앞으로 수의대생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해 산업의 가능성을 알리고, PRRS·PED 모니터링 사업처럼 농가·정부·수의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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