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농협중앙회 이전 논의가 다시 불붙으면서 농협법 제162조가 자주 거론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감독권을 규정한 조항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정부가 중앙회 이전이나 조직 개편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그러나 이는 농협법을 거꾸로 읽는 해석이다.
법은 개별 조문이 아니라 전체 체계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농협법에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조항은 제162조가 아니라 제1조와 제9조다. 제1조는 농협을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으로 규정한다. 농협은 국가기관도, 정부 산하기관도 아니다. 농업인이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농협법의 출발점이다.
이 원칙은 제9조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농협법은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등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에 감독권을 부여하면서도 동시에 그 권한의 한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감독할 수는 있지만,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제162조는 감독권을 규정한 조항일 뿐, 정부에 농협의 경영권이나 조직 운영권을 부여한 조항이 아니다. 법령과 정관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적 감독권이지, 농협의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지휘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 같은 법 체계를 고려하면 최근 제기되는 농협중앙회 이전 논란 역시 답은 명확하다. 중앙회 이전은 정부가 결정하거나 정치권이 압박할 사안이 아니다. 농협의 조직과 재산, 그리고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인 만큼 조합원의 의사와 농협 내부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우려되는 점은 국토교통부가 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설명하면서 농협중앙회를 준공공기관으로 분류해 이전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농협중앙회 노동조합 등을 만나서 이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나 농협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할 수 없다. 농협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이 아니라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일반 공공기관을 이전하듯 행정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농협의 법적 성격과 맞지 않는다.
농협은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조직이 아니라 농민이 만든 자조적 협동조직이다. 중앙회를 어디에 둘 것인지,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조합원의 의사에 맡겨져야 한다. 그것이 농협법 제1조가 규정한 협동조합의 정신이고, 제9조가 보장한 자율성의 의미다.
농협법 제162조만 읽으면 정부의 감독권만 보인다. 그러나 제1조와 제9조를 함께 읽으면 농협의 본질이 보인다. 농협법이 보호하려는 것은 정부의 권한이 아니라 농업인의 자치다. 중앙회 이전 논의 역시 이 원칙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