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 사설) 농협중앙회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농협의 주인이 누구냐는 것이다.
농협은 정부 부처도, 공공기관도 아니다. 농민이 출자해 만든 자주적 협동조합이며, 그 운영의 주체는 조합원이다. 농협중앙회 역시 지역 농축협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연합조직이다. 따라서 중앙회 소재지를 옮기는 중대한 결정은 정권이나 몇몇 국회의원이 일방적으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
중앙회장 직선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도 조합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농협의 의사결정권을 일부 조합장과 중앙회 임원에게만 맡기지 않고,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다. 그런데 회장을 뽑는 권리는 조합원에게 주면서 중앙회 이전은 정치권이 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농협중앙회 이전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이전 비용과 업무 효율성, 계열사 운영, 금융·경제사업 연계, 지역 농축협과의 관계까지 모두 달라질 수 있다. 그 비용 역시 결국 농협 자산에서 지출된다. 농협 자산의 실질적인 주인은 농민 조합원이다.
이전을 추진하려면 먼저 객관적인 타당성 조사와 비용 추계를 공개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아니라 전국 농민과 지역 농축협에 어떤 실익이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후 조합원 총투표나 농축협별 의견수렴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농협을 감독하고 제도를 고칠 권한이 있다. 그러나 감독권이 소유권을 뜻하지는 않는다. 농협의 비리와 폐쇄성을 바로잡는 것과 농협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농협중앙회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반드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 자체로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 결정 과정이다. 이전이 농민과 지역 농축협에 실익이 있다면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면 된다. 반대로 정치적 상징성과 지역구 성과를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면 중단해야 한다.
농협은 정권의 전리품도 아니고 국회의원의 지역구 사업도 아니다. 농협중앙회를 옮기고 싶다면 먼저 농민 조합원에게 물어야 한다. 조합원의 동의 없는 중앙회 이전은 협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농협의 주인은 정부도, 국회도, 중앙회 임직원도 아니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 조합원이다. 이것이 중앙회장 직선제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농협 개혁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