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류민제 기자) 홈플러스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이 투입되지만, 농식품 납품업체의 미수금 문제를 해소하고 유사 사태를 막으려면 별도의 대금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파산 위기 속 농식품 납품업체 보호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소속 법인 61곳의 홈플러스 미수금이 총 90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품목별 미수금은 과일류가 3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채소류 276억원, 축산물 267억원으로 조사됐다.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농식품 납품업체들은 계약재배와 산지 수매가 이뤄진 뒤에는 구매업체의 경영 상황이 악화해도 납품을 즉시 중단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미 생산된 농축산물의 판로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고, 출하가 지연되면 신선도 저하와 가격 하락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서연 ㈜한결엘에스 대표는 홈플러스에서 받지 못한 납품대금이 약 120억원에 달해 직원 200여명의 고용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운식 해도지영농조합법인 대표도 산지 농가에 수매대금을 먼저 지급한 뒤 홈플러스에서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납품 중단에 따른 물량이 도매시장으로 몰리면 전체 농가의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양석준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홈플러스에 공급하던 농식품이 도매시장 등에 한꺼번에 유입될 경우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속한 대체 판로 확보를 주문했다.
양 교수는 유통 대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 온라인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소매업체의 매출채권보험 가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통업체가 부실화하더라도 보험을 통해 납품업체의 매출채권을 일정 부분 보전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대형 유통업체와의 직거래와 유사도매시장 거래가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의 출하자 보호체계에서 벗어나 있다고 진단했다. 거래환경 변화를 반영해 농안법에 출하자 보호와 공정거래 관련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납품대금 지급기한 단축과 피해업체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구태모 공정거래위원회 유통대리점정책과장은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기한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특약매입 등은 40일에서 20일로 단축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피해업체의 정책자금 상환 유예와 대체 판로 확보를 위한 대형 구매사 일대일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은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승인했다.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대출금 전액에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긴급자금 지원으로 홈플러스의 유동성에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농식품 납품대금의 정상 지급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 유통업체의 부실 위험을 납품업체와 산지 농가가 떠안는 거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기사, 번역, 출처 또는 데이터에 문제가 있나요?
수정 요청 제출이 기사의 주제와 관련된 작물·수입·가격 정보는 추후 제공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