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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픽픽 쓰러지기 전에…체감온도 높으면 쉬라며 손목이 ‘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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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안병호 희야농장 대표(오른쪽)가 손목에 찬 ‘온열질환 위험알림 장치’를 성제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에게 보여주고 있다.

“일이 조금 남았어도 인자 이게 쉬라 카면 쉽니다.” 20일 오후 5시 대구 동구 희야농장. 하루 일을 서서히 마무리할 때지만 날씨는 여전히 무더웠다. 이곳에서 3만3057㎡(1만평) 규모로 토마토·오이·상추·배추 등 채소류 27종을 재배하는 농장주 안병호씨(74)는 왼쪽 손목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의 손목엔 시계 형태의 검은색 기기가 채워져 있었다. 얼핏 보면 젊은층이 많이 착용하는 스마트워치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네모난 화면에 색깔 숫자와 글자가 눈에 띄었다. 기기에 ‘체감온도 33℃에 습도 58%’ ‘폭염주의보’ 등이 표시됐다. 안씨는 “예전엔 날이 더워도 작업을 마칠 때까지 버텼는데, 이젠 이 녀석이 쉬라고 알려주면 하던 일을 무조건 멈춘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물을 마시거나 그늘에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작업한다”고 말했다.

안씨가 호평한 이 기기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온열질환 위험알림 장치’다. 옆에서 봤을 때 화면 부분은 시중 스마트워치보다 두꺼웠지만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무게는 오히려 가벼웠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은 기기 관련 특허출원을 마쳤고 9월까지 전남광주 고흥, 제주 서귀포, 대구 동구 3곳에서 농민 30명을 대상으로 시제품 현장실증을 진행 중이다. 안씨는 실증 농민 가운데 1명이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농업분야 온열질환 발생자는 2023년 503명에서 지난해 685명으로 36.1% 늘었다.

지난해 농업분야 온열질환 발생자는 전체 발생자(4460명)의 15.4%였고, 사망자수(7명)는 전체(29명)의 24.1%에 달했다. 농진청이 온열질환 위험알림 장치 개발에 나선 이유다.

이 장치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지역별 온습도 자료를 활용해 체감온도와 온열지수를 산출한다. 그런 다음 내장된 가속도 센서가 장치 착용자의 작업량과 에너지 소모량을 분석한 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고열작업환경 관리지침’을 적용해 작업 강도에 따른 적정 휴식시간을 제시한다.

폭염 위험 수준은 화면 색상과 진동으로 알려준다. 특히 화면 색상은 장치가 자체 산출한 체감온도를 기상청의 ‘폭염특보 단계별 발표 기준’에 적용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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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 위험알림장치 화면. 평소엔 초록색,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노란색,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빨간색이 된다.

평소엔 초록색,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노란색,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빨간색이 된다. 폭염중대경보 때는 보라색으로 표시된다. 체감온도가 35℃ 이상이면 진동과 함께 15분 휴식을 권고하는 문구가 화면에 뜨고 38℃ 이상이면 ‘작업 중지’ 문구가 나타난다.

김인수 농진청 농과원 농촌환경안전과 농업연구사는 “이 장치는 작업 강도와 온열지수를 함께 분석해 폭염 위험 수준과 적정 휴식시간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배터리 성능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안씨는 “장치가 밤에도 대기 상태로 작동해 아침이면 배터리가 부족할 때가 있다”면서 “사용하지 않을 땐 전원을 완전히 끄면 배터리가 더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성제훈 농진청 농과원장은 “농민의 온열질환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해 장치를 보완하고 본격적인 보급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대구=정채원 기자 chae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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