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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민한마당을 보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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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해마다 여름이면 농민단체들이 전국에서 다채롭게 대규모 한마당 행사를 합니다. 마치 예전에 모내기와 김매기를 마치고서 백중 무렵에 한바탕 잔치를 벌이듯이 말입니다. 백중놀이뿐 아니라 ‘호미씻기’의 의미인 ‘세연’과 ‘두레놀이’도 했다지요? 모내기는 물론 김매기까지 마쳤으니 힘들고 급한 일은 일단락짓고서,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어우러져 시절 음식과 함께 풍물소리에 맞추어 신나게 즐겼다니 생각만 해도 구성집니다. 그 고된 농사일의 부담도 날아가고, 기간 내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팽팽한 긴장감도 내려놓으니 아니 좋았겠습니까. 사람들 간의 유대는 말보다는 놀이를 통해서 문화활동을 통해서 더 강화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어도 노래는 거짓이 없다고 했나 봅니다. 선소리 매김소리를 이어가는 과정에 서로가 결속되는, 적어도 그 순간만은 삶이 외롭거나 두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날 한여름에 치르는 여러 농민단체의 ‘농민한마당’도 그 옛날의 백중놀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교적 농한기’에 농민들이 모여서 먹고 즐기는 자리라는 점에서 형식은 비슷한데, 같이 어울리던 예전 놀이와 달리, 자리에서 박수만 치는 객으로 머물 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기념식을 하게 마련인데, 내빈소개와 축사가 너무 많고 길면 참가자들이 지루해집니다. 그렇지만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정면으로 던지게 되면, 박수만 치고 앉아있더라도 의미가 있게 됩니다.

사실 농민들의 처지가 그리 한갓지지가 않습니다. 지난 7월 7일 농민대회에서도 보았듯 채솟값 폭락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농업문제를 일일이 말하자면 입이 아플 따름입니다. 그런 와중 농민들이 도 농정국장 얼굴이라도 보는 날이 바로 규모 있는 농민한마당 자리입니다. 정치인들이 유독 농민의 자식임을 강조하는 날도 그날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대통령이 이앙기에 타서 직접 모심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 거기서 농민들과 막걸리를 한 잔 나누는 장면은, 그림은 좋지만 솔직한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습니다. 동급이 아니니까요. 어떻게 농민들이 진짜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농가의 평균 농업소득이 몇 년째 1000만원 언저리라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농민 대중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라야 자신들의 절박한 요구를 당당하고 힘차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진짜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농민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들어야 합니다.

때로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의전 갖추는데 역량을 다 쏟는다면, 행사의 모양은 그럴싸하지만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농민들이 대상화된다는 말입니다. 무대 정면에는 농민들의 정확한 요구를 큼직하게 담아내고, 가끔 구호도 크게 외치는 그런 자리여야 바로 오늘날 백중 잔칫날의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겠지요.

논물 보기, 아침저녁으로 논두렁 풀베기, 과수원 풀 관리와 방제 등 여러 가지 일이 많은데도, 그 틈을 쪼개 농민한마당 자리가 펼쳐질 때, 농민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새겨들어볼 양입니다. 일전에 다녀온 여성농민한마당 자리에서 도 농정국장은 스마트팜이 어쩌고 하면서 농민에게 희망을 말하고자 했으나 솔직히 귀에 담을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대신 돌아오는 버스 안 기사님의 인사말이 기억에 더 남습니다. “고생이 많습니다. 운좋게 해마다 한마당 행사 모시고 다니는데, 오늘은 기존 회원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도 보이니 조직이 발전을 하는 것 같습니다. 농업도 발전하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농정국장 연설보다 운전기사 인사말이 더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암만요, 사람들을 모으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고,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정말 소중하니까요. 농민들이 모이는 일은 아직도 그렇게 참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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