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재영 기자]
반도체 산업 호황과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늘어난 국가 추가 세수를 첨단 산업 지원에만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그간 수출 중심 경제 정책 과정에서 희생되어 온 농업·농촌 분야에 우선 재분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농 부경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전여농 경남연합)이 함께 마련한 ‘경남농민정책모임’이 지난 27일 경남 진주 진주시농민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반도체 호황 추가 세수, 어떻게 재분배되어야 할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수미 소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과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로 올해 국세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첨단 산업의 성장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FTA 등을 따르는 수출 중심 정책 속에서 농업과 농촌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한 바탕 위에 구축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정부가 추가 세수를 첨단 산업 지원 위주의 ‘미래대응기금’이나 ‘3대 메가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하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령화와 부채 누증, 곡물 자급률 하락 등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한 농업 분야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농어촌특별세(농특세)의 농어촌기본소득 재원 전환’ 구상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농특세 수입 구조가 증권거래세 및 주식시장 변동성에 크게 좌우되어 수입의 불확실성이 크고 제도적 불안정성이 상존할 뿐만 아니라, 행안부 주도의 기본소득 예산 추진 과정에서 타 농업 관련 예산이 축소·상쇄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늘어난 농특세를 기본소득이라는 단일 용도로 제한하기보다 △농가부채 탕감 및 완화 대책 △공공 비축 농지 매입을 통한 농지공공성 강화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등 실질적인 방안을 다양하게 열어놓고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지방 농촌의 피해 우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언급하며 “첨단 산단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에 송전선로를 신설하고 농업용수를 차출하는 방식은 농촌의 희생을 또다시 강요하는 일”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위주의 속도전 추진을 비판하고, 농업용수 보호 및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개선 등 균형발전을 위한 상생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농 부경연맹과 전여농 경남연합 회원들은 국가 정책 전반에서 농업·농민이 소외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국가 차원의 추가 세수 활용 논의에 농업계의 개입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농업계 내부의 관련 토론 활성화와 더불어 기획·홍보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대통령과 농민들이 직접 만나 대면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 등을 공식 요청해 국가 재정 재분배 과정에서 농민들의 요구를 적극 관철시켜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