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면서 가축 사육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더위에 지친 가축의 폐사가 속출하고 냉방시설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가중됐다. 경북 상주의 양돈농가와 전북 남원의 육계농가를 찾아 더위와의 전쟁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질병만큼 두려운 폭염에 ‘쩔쩔’ = “우리 농장은 평소엔 어미돼지 폐사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7월 넷째주에만 어미돼지 3마리가 폐사했네요. 더위가 어지간한 질병보다 무섭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5℃에 달한 28일, 경북 상주시 청리면의 한 양돈장에서 만난 농민 이상협씨(35)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부모와 함께 돼지 7000여마리를 사육한다.
그의 농장은 국내에선 드물게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음성 상태를 유지한다. 출하일령도 다른 농가 평균(180일)보다 한달가량 빠르다. 방역·사양 관리를 잘하기로 이름난 농가다. 그런데도 내리쬐는 더위를 원천적으로 피할 도리가 없다보니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는 게 농장 측 얘기다.
실제로 농장 안을 살펴보니 새끼돼지는 확연하게 움직임이 줄고 느려진 모습이었다. 한창 사료를 많이 먹고 쑥쑥 자라야 할 비육돈도 더위에 입맛을 잃은 듯 사료 섭취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면 비육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비육돈이 제때 출하돼 돈방이 비어야 육성단계별로 돼지를 옮길 수 있는데, 출하가 지연되면 이러한 사육 흐름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는 결국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농장에선 폭염에 대응해 나름의 대책도 마련했다. 2019년 농장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새로 농장을 지으면서 돈방에 산업용 에어컨을 도입했다. 당시 여름철 더위가 심해질 것을 대비해 큰맘 먹고 억대 비용을 들여 냉방 설비를 구축했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돈사 내부 온도가 30℃ 이상으로 오르는 것을 막고 있다. 올초엔 돈사 천장 바깥에 스프링클러도 설치했다. 천장 외부로 시원한 물을 뿌려 실내 온도를 1℃가량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사료 급여도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돼지는 헐떡임으로 인해 수분과 전해질을 잃을 수 있어 첨가제 보충이 필수다. 이씨는 사료와 함께 베타인과 각종 전해질 성분이 들어간 첨가제를 먹인다. 그에 따르면 베타인은 삼투압 조절 물질로 세포 안에 축적돼 탈수를 예방하고 세포대사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해질 역시 체내 삼투압과 수분 균형을 잡아줘 수분이 세포·혈중에 길게 머무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여러 대책을 총동원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생산비용은 불어났다. 에어컨·스프링클러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하려면 목돈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매년 커지는 전기요금 부담과 시설 유지·보수 비용, 사료 첨가제 구매비도 만만치 않다. 이상기후로 여름철이 길어지면서 이씨는 지난해 9월 중순까지도 에어컨을 가동해야 했다.
이씨는 “혹서기 대응을 위해 냉방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돈사 지붕에 태양광을 도입해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게 한다면 농민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주=박하늘 기자
◆찜통더위에 대량폐사할까 ‘노심초사’=“여름철이면 닭들이 폐사할까 매일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농장의 모든 시설을 24시간 돌려야 하니 항상 신경이 곤두서고, 자리를 비우지도 못합니다.”
28일 오전 10시 전북 남원 부부농장. 김재선 대표(68)는 계사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온도계 수치는 32.9℃. 환기팬 등 냉방시설을 완전 가동했는데도 계사 안은 찜통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고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었다. 이날 남원지역 낮 최고기온은 34℃를 기록했다.
2002년 육계 사육에 뛰어든 김 대표는 3305.8㎡(1000평) 규모 부지에 들어선 계사 두동에서 연간 45만마리를 사육·공급한다. 그는 “닭은 더위에 무척 민감해 자칫하면 한번에 수천마리씩 집단 폐사할 수 있다”며 “폭염이 본격화하면서 덩달아 걱정도 늘어간다”고 토로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닭은 땀샘이 없고 몸이 깃털로 덮여 있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기온이 27℃에 이르면 고온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32℃를 넘으면 호흡 증가와 탈수, 면역력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폐사로 이어진다. 여름철 계사 내 사육밀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9일 전인 19일 병아리 6만마리를 입식했다는 김 대표는 “평소엔 7만마리 이상 키우지만, 여름엔 계사 공간에 여유를 두기 위해 사육마릿수를 줄인다”고 말했다. 계사는 병아리 체구가 작은 15일령까진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16일령부터는 개체 몸집이 커져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해진다. 고온 스트레스와 폐사 위험이 급증하는 것은 이때다.
김 대표는 “계사 내부 온도가 32℃를 넘으면 단 1℃ 차이에서도 닭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병아리들이 한곳에 몰려 있거나 장시간 앉아 있지 못하도록 수시로 살핀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도 농가 근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 대표는 “입식규모를 줄인 상황에서 더위로 사료 섭취율까지 줄어 출하체중이 낮아지니 여름철엔 육계농가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냉방시설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 증가도 큰 부담이다. 김씨 농장엔 동마다 측면에 외부 공기를 배출하는 환기팬이 크로스형 9개, 터널형 13개 설치됐다. 천장엔 순환팬 7개, 외벽엔 쿨링패드·안개분무장치가 장착됐다. 김 대표는 “온도를 낮추려고 모든 시설을 가동하다보니 한달 40만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한여름엔 150만원까지 치솟는다”고 전했다.
그는 “행정기관에서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를 보급해주긴 하는데 갈수록 더위가 빨라지는 추세인 만큼 5월말부터 농가에 전달되도록 하고, 가축재해보험의 농가 자기부담금 최소 기준이 200만원으로 올라 수백마리 수준의 소규모 폐사는 보상받기 어려워진 만큼 지방정부에서 보험료 보조 지원폭을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원=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