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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란계협 법인 취소…사상초유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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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한산란계협회에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내렸다. 정부가 축산 생산자단체 법인 설립을 취소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달걀 생산업계 전반에 파문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 행정처분 ‘파장’=농식품부가 산란계협회에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7월29일이다. 농식품부는 취소조치가 ▲산란계협회가 법인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고 ▲달걀 산지가격 결정·통지(고시) 행위를 통해 공정한 가격 경쟁을 제한해 공익을 침해했다는 판단 아래 ‘민법’ 제38조에 따라 해당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에는 “법인이 목적 이외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2023년 1월 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할 당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 달걀 산지가격을 결정·통지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부여했다.

농식품부는 산란계협회가 달걀 산지가격을 올초까지 회원들에게 결정·통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약속한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 산란계협회의 가격 고시 행위를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으로 판단해 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이번 행정처분 조치의 판단 근거라고 밝혔다.

특정 단체가 거래가격을 미리 정해 회원에게 알리면 농가들이 그 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이 줄어들어 소비자가 공정한 가격의 혜택을 받기 어려워지므로 결국 공익을 해쳤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산란계협회 강력 반발=산란계협회는 두가지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우선 정부가 법인 설립허가 당시 부과한 조건은 ‘행정기본법’에 규정된 범위를 벗어나 그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행정기본법’ 제17조에 따르면 행정청은 법인 허가와 같은 처분을 내릴 때 조건을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조건은 처분의 목적에 위배되지 않고, 해당 처분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해당 규정은 법인의 목적·사업이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재정적 기초와 능력 등이 있는지에 관한 조건일 뿐, 생산자단체의 산지가격 고시를 금지하는 조건을 붙여 법인 존폐를 결정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게 산란계협회의 지적이다. 더욱이 해당 가격 정보 제공은 1년 전 완전히 중단해 이미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상황이라고 산란계협회는 강조했다.

2019년 또 다른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도 달걀 산지가격을 고시해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엔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산란계협회는 올 6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해당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인 취소가 이뤄진다면 향후 공정위 처분이 취소됐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산란계협회의 반발 근거다.

안두영 산란계협회장은 “과거 가격 고시는 시장 교섭력이 약한 농가를 위한 정보 비대칭성 해소와 거래 투명성 개선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해온 것”이라면서 “즉각 행정소송을 진행해 잘못된 처분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란업계 대변 창구 향방은=법인 취소 조치가 확정되면 산란계협회는 임의단체로 전락한다. 당장 내년부터 계란자조금 등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올해 계란자조금 전체 예산은 53억1400만원으로 이 중 정부 지원금은 3억1400만원(5.9%)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양계협회는 자체 채란위원회를 정상화해 혼란스러운 국면을 수습해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당초 산란계협회는 양계협회 산하 채란위원회에서 2022년 9월 독립한 단체다.

오세진 양계협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축산단체 인가가 취소된 점은 안타깝다”면서도 “당장 달걀값과 가축전염병 등 현안이 산적한만큼 양계협회가 정부와 원활히 소통해 산란계농가를 대변하고 채란업계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행정처분 조치로 달걀 생산·유통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양계협회·유통업계 등과 협력해 달걀 수급·가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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