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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따라 생활건강] 경청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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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 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 포항 허한의원 원장

언제부터인가 환자분의 말을 차분히 듣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듣고 싶은데 불필요하다 싶은 얘기를 듣게 되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나 싶기도 했으나 어쨌든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 했습니다. 결국 모든 환자분들이 조리있게 말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니 내가 경청의 기술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봤는데 마침 제목도 딱 경청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주제로 글을 써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경청의 기술에 관한 것은 아니고 경청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 발달에 관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연구 중 하나인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에서는 듣기가 만성 질환과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그리고 심장학 저널 <Heart>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자신의 말이 충분히 경청받고 있다고 느낀 사람들에게서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위험이 최대 3분의 1까지 감소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경청 자체가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하지 못하면 병원에 가든 약을 먹든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건강하다는 것은 인위적인 방법을 가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상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과 의사소통할 때 먼저 말하고 나중에 듣는 것보다 우선 듣고 다음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부처님을 제외하고 보통의 사람은 태어나서 말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듣기를 먼저 하면서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시작합니다. 태아는 엄마 뱃속 4개월째부터 듣는 능력이 발달해 태어날 무렵 아기의 청력 범위는 어른을 능가한답니다. 아기들이 귀여운 이유 중 하나는 말을 재잘재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엄청나게 집중해서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맞긴 맞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병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하기만큼 중요한 것이 듣기입니다. 경청도 결국 사람 간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니만큼 기술적인 접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청기술만 늘리는 것보다는 듣기의 중요성,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듣고 말하는 사람 간의 관계를 잘 가져가는 것이 더 핵심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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