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출범한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여성농의 사회 참여 확대와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조직된 농가주부모임은 지난 30년간 왕성한 활동을 통해 3만5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우리나라 대표 여성농단체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가주부모임의 출발은 1990년대 초반 45세 이하 젊은 여성농들이 지역 단위로 조직한 ‘젊은 농가주부모임’이었다. 당시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 농업분야 수입 개방 물결에 맞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국 단위 여성농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이에 맞춰 젊은 농가주부모임은 1996년 7월24일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로 이름을 바꿔달았고, 30년만에 여성농을 대변하는 전국 조직으로 뿌리내렸다.
과거 여성농은 농가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함에도 법적 근거가 미비해 농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농가주부모임은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알리고 여성농의 권리를 증진하는 데 앞장섰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여성농업인 최고경영자(CEO) 역량 강화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며 여성농 스스로 농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2006년을 ‘여성농업인 권리 찾기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1인 1출하대금 통장 갖기 운동’ ‘여성농 명함 갖기 운동’ 등을 적극 전개했다. 여기에는 자신 명의로 된 농산물 출하대금 통장과 명함을 만듦으로써 여성농이 독립적인 농업경영 주체임을 알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농가주부모임은 능숙한 농사기술과 함께 여성농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홀몸어르신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밑반찬을 나누는 ‘찬찬찬(찬饌贊)’ 사업을 통해 4만3000여명에게 나눔의 온기를 전달했다. 2020년에는 ‘희망드림봉사단’을 조직해 지금까지 재해 피해 복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지역사회 기여도를 인정해 올해 4월 국무조정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는 농가주부모임을 농촌 어르신 자살 예방을 위한 ‘천명수호처’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농가주부모임은 기후변화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자 환경보호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영농폐기물 수거를 위해 진행한 ‘영농후(後) 환경애(愛)’ 사업에 더해 올해는 국토안전관리원과 함께 건설 현장에서 사용된 추락방지망을 농사용 그물망으로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추락방지망은 재활용이 쉽지 않아 사용 후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농가주부모임은 농가가 야생동물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농사용 그물망이 추락방지망과 유사한 점에 착안해 이번 사업을 고안했다. 건설사는 폐기 비용을 감축할 수 있고 농가는 농자재 구매비를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 효과가 기대된다.
박민숙 농가주부모임 회장은 “농가주부모임은 지난 30년 동안 지속가능한 농업·농촌과 여성농 지위 제고를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며 “앞으로도 창립 당시 초심을 잃지 않고 회원 실익 증진과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