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이 농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파종과 생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밭작물과 과수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농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연재해만이 아니다. 생산비는 치솟고 연초부터 이어진 농산물 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기후재난에 시장 위험까지 겹치면서 생산과 경영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최근 미국의 선택이다. 미국은 예산조정법을 통해 농업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기준가격 인상과 PLC·ARC 등 주요 안전망 제도를 강화했다. 자유시장 원칙을 강조해온 미국조차 식량안보와 농업 기반 유지를 위해 농가 경영안전망을 더욱 두텁게 만든 것이다. 기후위기와 시장 불안이 농민 개인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위험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재해가 발생하면 긴급 예산을 투입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익직불제와 가격안정제도, 농작물재해보험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현실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제정된 필수농자재법도 핵심 지원 조항 시행이 2년 뒤로 미뤄져 생산비 급등이라는 현장의 위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일시적인 재난이 아니라 농업의 새로운 경영환경이다. 농업용수 인프라 확충과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 재해예방 시설 투자와 함께 가격·소득을 안정시키는 경영안전망 강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농민이 위험을 혼자 떠안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폭염이 끝나도 농촌의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