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현지에서 8월 중 소고기 수입을 위한 현지실사가 예정된 가운데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을 위시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30일 ‘한우산업 희생 강요하는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보완대책없이 시장개방 절차부터 앞세우고 있는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지난 27일 남미를 순방한 이재명 대통령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4개 나라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재개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한·브라질 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이달 중 브라질 현지에서 소고기 수입을 위한 ‘위생·검역 기술진 현지실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소고기 생산량 세계 1위인 브라질 소고기의 수입절차로 이어질까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지실사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관계 부처가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과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이 한우 산업에 미칠 피해 분석과 구체적인 보완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시장개방 절차부터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같은 행태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농업은 매우 중요한 안보 전략사업’이라는 인식에 부합하는지를 반문했다. 이어 농업 현실을 외면한 채 대통령의 농정 철학에 역행해 일방적인 시장개방을 밀어붙이는 관계 부처의 편향된 통상정책을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한우협회는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업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산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보전직불제와 농어촌상생협력기금만으로 농가 피해를 보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FTA(자유무역협정) 수혜산업이 피해를 입은 농어업을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조성된 금액은 약 3100억 원으로 목표액 1조 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또한 지정기부 방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농업인이 체감하는 지원 효과도 제한적이다.
무역협정이 재개될 메르코수르는 세계 최대 소고기 생산·수출 권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연간 소고기 수출량은 500만 톤을 넘어섰다. 그중 브라질은 소고기 생산량 1261만 톤으로 세계 1위이며 연간 350만 톤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소고기 수입량 46만8000톤과 비교하면 약 7.5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시장개방이 브라질 한 국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 허용을 계기로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 다른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추가 개방 요구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우협회는 막대한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라질산 소고기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수입 소고기 간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우 소비 위축과 가격 하락 압력까지 겹치면 생산비 상승을 견뎌온 한우농가의 경영난은 더욱 깊어지고 국내 한우산업 전반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안기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는 이미 완전히 철폐됐고 호주산, 캐나다산, 뉴질랜드산의 관세 철폐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산 소고기까지 추가로 개방한다면 한우산업이 감당해야 할 충격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게 한우협회의 주장이다.
민경천 한우협회장은 “기존 통상 개방에 따른 피해와 생산비 상승을 견뎌온 한우농가에 또다시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제대로 된 보완대책 없이 추가적인 거대 무역협정까지 추진한다면 우리 농촌경제의 근간이자 대한민국 고유의 농축산 자산인 한우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 회장은 “전국 한우농가는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 산업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소고기 시장개방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며 “농업계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시장개방 추진을 중단하고 한우산업에 미칠 피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