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날아다니니까 소·돼지처럼 농장 안에서 차단방역하기도 어려워요. 그런데 전염병이 발생해도 신고하면 보상은 없고 이동제한 같은 행정규제만 받으니 농가에선 신고를 꺼리게 됩니다. ”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국가 양봉산업 위기 대응 및 질병관리 체계 구축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행사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 먹사니즘전국네트워크 동물복지특별위원회, 한국양봉협회, 대한수의사회가 공동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꿀벌 실종·폐사를 막기 위해선 국가 방역체계 안에서 꿀벌 질병을 관리하고, 이를 신고한 양봉농가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호 양봉협회장은 “법정 가축전염병이 발생해 신고하면 이동제한·소각 명령 같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보상체계가 없어 양봉농가는 질병이 의심돼도 신고를 미루거나 은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인근 양봉장으로 2차·3차 감염이 확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꿀벌 질병 발생 시 살처분 보상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옥봉 경기도북부동물위생시험소장도 “양봉장에서 여러 질병이 복합적으로 발생하지만 농가들이 자가진단에 의존하거나 검사를 기피하면서 초기 차단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단된 꿀벌 전염병은 3404건에 달했다. 이 중 낭충봉아부패병 등 바이러스성 질병이 63.7%(2170건)로 가장 많았다. 부저병 같은 세균성 질병은 10.5%(357건)를 차지했다. 낭충봉아부패병·부저병은 각각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정하는 제2종·제3종 가축전염병이다.
정년기 대전 꿀벌동물병원장은 “진단 없이 경험에 의존해 약제를 무분별하게 오남용하면서 병원체의 내성을 키우는 농가도 적지 않은 데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윤상 검역본부 세균질병과장은 “국가 방역체계 안에서 꿀벌 질병을 진단하려면 담당 조직·인력·예산을 늘리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질병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철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올해 꿀벌 질병 방제약품 지원예산으로 86억9800만원을 편성했고, 양봉농가 질병관리 지원사업에 10억8000만원을 투입 중”이라면서도 “외국의 사례를 보면 꿀벌 질병은 국가 차원의 보상금 지급보다 재해보험을 활용하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송 의원은 양봉농가에 가축전염병 발생 예찰·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보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지방정부와 민간 검사기관이 함께 꿀벌 질병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과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봉산업법)’ 개정안을 8일 대표발의했다.
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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