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농민의 해’다. 이를 기념하며 ‘여성농민과 지속가능한 유기농업 국제회의’가 지난 6월 26~27일 인도 메갈라야주 실롱(State Convention Centre, Shillong)에서 아이폼아시아(IFOAM Organics Asia)와 인도 메갈라야 주정부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이 행사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담양군여성농민회 회장 자격으로 초대돼 발표자로 참가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유기적 식량체계를 위해 세계적 변화를 이끄는 여성농민’이었다. 인도를 비롯 네팔, 부탄, 베트남, 피지, 스리랑카, 대한민국, 몽골, 뉴질랜드, 일본, 필리핀, 대만 등 여러 국가에서 여성농민·농민 지도자, 정책관계자, 인도 각 주 정부 관계자, 국제기구 대표, 연구자, 학계 및 공공정책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및 농업협동조합 관계자, 청년 리더, 학생 및 예비 농업 창업가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카렌 마푸사(Karen Mapusua) 아이폼아이사 회장의 ‘세계 유기농업 동향과 여성 리더십’이란 주제 발표를 필두로 각국의 여성농업 정책과 여성농민들의 자주적 활동의 여러 사례가 이틀간에 걸쳐 발표되고 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 ‘여성농업인의 권한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의 국제 우수사례’의 부분 발표자로 참여했다. ‘여성농민이 행복해야 지속가능한 농촌이 존재하며 유기농업이 발전한다’는 주제로 대한민국 여성농민들의 40년에 걸친 투쟁 노력과 이에 부응한 정부 및 지자체의 성평등 농업정책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도 발표했다.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카드의 발전과정, 공동경영주제도의 도입, 여성농민부처 승격, 친환경무상급식제도 안착 과정, 성평등 마을을 위한 여성농민들의 노력, 여성농민특수건강검진제도 확대 등이었다.
이 내용은 자주적 활동과 투쟁을 통해 자립과 수익 창출을 넘어 여성농민을 농업경영의 주체로 자리 잡게끔 하고, 다양한 복지정책을 만들어 낸 사례로 참여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특히, 담양의 행복바우처 30만원 지급 내용과 전국의 여성농민들에게 제공되는 여성농민특수건강검진 5개 영역에 대한 설명에서는 반응이 뜨거웠다. 실제로 PPT로 이 내용이 소개되자마자 여기저기서 웅성웅성댔고, 행사 후 많은 여성농민들의 초대로 기념사진을 찍고 왔다.
1인 다역을 하는 여성농민의 처지,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사회, 여성농민의 지위 모두 각국의 정도는 비슷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각양각색이었다. 인도 메갈라야 주의 총리는 그럼에도 “여성농업인이야 말로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주체이며, 농업에서도 종자를 거두고 다시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주체로서 생명농업인 유기농업의 주체로 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메갈라야주의 유기농업을 여성농민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듣는 사람을 매우 고무시켰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메갈라야의 여성농민단체와 유기농 농장·가공공장을 견학하고, 인도 메갈라야의 여성 주도 농업시스템·토착농업, 유기·자연농업 사례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정책 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생산지원 뿐만 아니라 교육·가공·유통·판매까지 원스톱 정책으로 지원한다는 점이었다. 여성농민들이 책임 생산해서 납품만 하면 통장에 입금이 되는 것은 부러운 일이었다. 또한, 앞으로 식량은 기후위기와 지구환경, 인간의 건강 측면에서 유기농만이 대안이라며 적극 정책 입안을 하는 몇 나라의 사례를 보며, 친환경 면적 2배 확대라는 우리 정부 정책 역시 세계적 추세와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정책 입안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소신과 농민 입장에서의 실제 정책사례를 들어보며 리더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가격 폭락으로 시름하는 농민들의 절규와 한숨 소리는 들리지 않는 귀를 가진 사람들, 식량안보만 지키면 된다는 근시안적 인식을 가진 채 ‘수입’이라는 대안이 있다며 식량주권의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의 농업정책은 마음을 어둡게 한다. 수십 년의 노력으로 얻어낸 몇 가지 괜찮은 정책을 자랑하고 왔으나 어깨가 가볍지는 않았다.
기본이 탄탄하지 않은 농업정책에 언제 파산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현실, 백만분의 일의 확률에 목숨을 거는 도박 같은 농업에 늘 조마조마해 스트레스에 노출된 농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씨를 뿌리는 농민들, 이상한 나라에서 살면서 하루하루 더 나은 내일을 다시 꿈꿔보며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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