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유승현 기자]
낙농업계가 생산비 상승과 원유가격 정체, 용도별차등가격제 시행 이후 불거진 정상가격 적용 물량 축소 논란으로 삼중고에 직면했다. 그 결과 2025년 기준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는 5억원을 넘어섰고, 최근 5년간 전체 농가의 13.7%에 해당하는 834호가 폐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생산비 뛰는데 원유가격은 제자리
용도별차등가격제 시행(2023년)에 따라 원유가격 협상은 국가데이터처가 매년 5월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가 전년 대비 ±4% 이상 변동할 경우에만 진행된다.
2023년 리터당 원유가격은 음용유용 1084원, 가공유용 887원으로 결정됐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우유 생산비가 전년 대비 4.6% 상승해 협상이 진행됐으나, 물가 안정을 위해 농가가 양보하면서 음용유 가격은 동결했고, 가공유 가격은 오히려 5원 인하됐다.
문제는 생산비 상승분이 원유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농가 평균 생산비는 리터당 171원 상승했지만, 원유가격 인상 폭은 88원에 그쳐 나머지 83원은 고스란히 농가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같은 기간 전체 농가의 41%를 차지하는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 생산비는 리터당 280원 상승했다. 즉, 생산비 상승분의 68.6%에 해당하는 리터당 192원을 농가가 떠안는 ‘출혈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정상가격 물량 오히려 축소
2023년 용도별차등가격제 시행 이후 원유가격과 구매 물량은 별도 협상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 낙농가 대표와 유업체 대표는 가격 협상에서 음용유·가공유 원유가격을, 물량 협상에서는 유업체의 구매 물량을 각각 결정한다. 용도별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용도별 가격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원유 수급 안정과 낙농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오히려 정상가격을 적용받는 음용유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음용유 195만톤, 가공유 10만톤으로 시작한 구매 물량은, 2024년(2025~2026년 적용 물량) 음용유 194만1000톤, 가공유 10만9000톤으로 조정됐다.
현재 농가와 유업체는 향후 2년간 유지할 물량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농가는 생산비가 조금이라도 반영된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음용유 물량을 최대한 지키려는 입장이고, 유업체는 비용 부담과 수입산 활용 등을 이유로 축소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또 낙농가들은 정부가 제도 도입 당시 약속한 ‘집유주체 총량’ 기준 정산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 음용유 구매 물량의 88.5%를 정상가격으로 정산하기로 정부가 약속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유업체가 해당 물량을 최대 26.5%까지 줄이면서 용도별차등가격제가 농가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밀크플레이션, 농가 탓 아냐”
낙농업계는 우유 소비자가격 상승의 책임이 농가 원유가격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유통 마진율은 35.1%로 일본(16.8%)의 두 배, 미국(8.8%)의 약 네 배 수준이다. 낙농업계는 국내 원유가격이 주요국과 비교해 높지 않음에도 소비자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원인으로 높은 유통비용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원유가격은 리터당 1246원이지만 소비자가격은 3054원으로 두 배 이상 높다. 반면 일본은 원유가격 1270원, 소비자가격 2278원으로 국내와 다른 가격 구조를 보인다.
또한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국산 유제품 비중은 1~7% 수준에 불과하고 상당량이 수입산 원료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원유가격과 최종 제품 가격 간 연관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농업계는 유통 구조 개선보다 원유 구매 물량 축소와 가격 인하 요구가 먼저 제기되면서 농가 부담만 확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계획생산 체계로 전환해야”
낙농육우협회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가공용 원유 물량 확대 △긴급 금융 및 재정 지원 △유통 및 공정 질서 개혁 등 ‘낙농가 회생을 위한 3대 긴급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승호 회장은 “유업체의 자의적인 물량 조절에 국내 낙농 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본·캐나다를 벤치마킹한 생산자 중심의 계획생산 체제를 조속히 도입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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