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유승현 기자]
사료비 급등과 조사료 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소 사육 농가들이 국·공유지 하천부지의 들풀을 조사료로 활용하는 자구책을 찾아냈지만, 행정 규제와 막대한 비용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정부와 농협은 예산을 절감하면서 조사료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하천 들풀 활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현행 제도는 수억원의 점용료와 환경영향평가 비용을 요구해 정책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조사료 총 공급량은 509만2000톤으로 국내 소 사육 농가에서 전량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산은 402만2000톤, 수입산은 107만톤이다. 표면상 자급률은 79%에 이르지만 국내산의 절반 이상이 사료 가치가 낮은 볏짚이어서 실제 양질 조사료 자급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사료비는 소 사육 농가 생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조사료는 전체 사료 급여량의 40~60%를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국내산 조사료는 매년 ㎏당 평균 10원 안팎씩 올라 현재 140~17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수입 건초도 고환율 영향으로 2024년보다 평균 50원가량 상승해 품종별로 ㎏당 480~640원에 달한다. 이마저도 부족해 지난해 말 웃돈을 주고도 조사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천부지에서 찾은 해법
충북 청주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양인석씨는 국·공유지 하천부지에 방치된 야생 풀을 조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버려진 풀을 조사료로 활용하면 농가의 사료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천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씨는 방치된 갈대와 수풀이 오히려 퇴적물을 쌓이게 하고 야생동물 이동을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예초는 하천 관리와 조사료 확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6일 찾은 양씨의 점용 하천부지는 최근 한 차례 예초한 뒤 새 풀이 자라고 있었고, 예초하지 않은 구간은 풀이 지나치게 우거져 야생동물 이동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는 “예초 시기와 구역을 조정하는 기준만 마련하면 생태계 훼손 우려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싼 점용료에 환경영향평가까지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하천부지를 활용하려면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고 점용료도 내야 한다. 양씨는 올해 약1만8000㎡에 대해 6개월간 점용허가를 받았는데, 점용료만 500만원 이상 부담했다.
300두를 사육하는 양씨가 필요한 연간 조사료 약 800톤을 위해 약 178만㎡의 하천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 기준대로라면 점용료만 4억원에 달한다. 그는 “최근 조사료 공급이 워낙 불안정하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볏짚은 ㎡당 7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지만 하천부지 점용료는 250원 수준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며 “버려진 풀만 베어가는 것인데 점용료만 현실화해도 농가와 환경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1만㎡ 이상을 점용하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도 받아야 한다. 양씨는 올해 8608㎡, 1295㎡, 9875㎡ 등 1만㎡ 이하로 나눠 세 곳을 각각 신청했다. 하지만 필요한 조사료를 확보하기 위해 더 넓은 면적을 신청하자 관할 지자체는 관련 법령에 따라 올해 말까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수질오염총량 협의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인이 수행하기 어려워 전문기관에 맡겨야 하며, 용역비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양씨 역시 약 8000만원을 들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정부는 권장, 제도는 제동
농협경제지주는 충남 부여와 경기 양평 등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하천 환경을 정비하는 조건으로 점용료를 면제받고, 수거한 풀을 최소한의 작업비만 받고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4대강 유역 하천부지 약 1만㏊에서 연간 10만톤의 조사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사료 가치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자연적으로 자란 풀을 활용하는 만큼 대규모 예산 없이도 조사료 부족과 하천 관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전국한우협회(회장 민경천)도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국회에 하천법 개정을 건의했다. 점용료를 실제 작업 기간만큼 일할 계산하거나 감면하고, 내수면어업처럼 하천에서 자연 자원을 채취하는 축산농가에도 낮은 점용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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