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친환경농업계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전까지와 다른 점은, 그 접점이 생협 등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단체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친환경농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내는 소비자단체 GCN녹색소비자연대(상임대표 김재철·유미화, 녹소연)가 있다. 녹소연은 여러 친환경농업 협치기구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친환경농민을 지원하는 각종 사업도 전개한다.
친환경농업은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소비자와 함께 자란다. 녹소연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체제로의 전환을 꿈꾼다. 이들의 만남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녹소연, 소비자와 농민을 잇다
녹소연은 단순 소비자 권리 보호를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소비,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 상생하는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단체다. 그런 녹소연이 친환경농민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녹소연이 친환경농업계와 본격적으로 연대하게 된 것은 2022년 CRA(Consumer Rapport Agriculture, 소비자·생산자 행복 동행)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다. CRA는 소농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소개하고 공동구매함으로써 소비자와 농민이 동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진행되는 CRA는 벌써 49회차를 맞이했다.
이번 제49차 CRA에선 경기 시흥시 좋은이웃 농장의 무농약 감자·양파를 판매한다. 더불어 학교급식 유통 기준 탓에 재고로 쌓인 무농약·유기농 감귤 대과를 판매하는 등 소비자의 시급한 관심이 필요한 곳과 함께 CRA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긴 수익금의 일부는 친환경 청년농민 지원에 쓰인다. 녹소연은 청년 귀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남광주 곡성군의 마을공동체 항꾸네협동조합과 지난 5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항꾸네협동조합에 청년농 육성에 활용할 수 있는 기금 월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 관점 친환경농업 정책 제안
더 나아가 녹소연은 정부·친환경농민단체와 함께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한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녹소연은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의 정책을 제안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녹소연은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함께 ‘소비자의 친환경농산물 구매촉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미화 녹소연 상임대표는 민간 수요 확대를 위해선 친환경농산물-일반농산물 간 가격 격차를 극복해야 하고, 그러려면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임영조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민간수요 확대 아이디어를 정책에 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그해 12월 발표된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26~2030)’에는 소비자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녹소연은 소비자단체를 대표해 여러 친환경농업 협치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유미화 상임대표는 지난해 K-농정협의체 친환경소분과에서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친환경농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업계와의 가교 역할도
녹소연의 또 다른 귀중한 역할은 친환경농민단체와 농업 외 분야 단체 간의 가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1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은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시민 대상 친환경농산물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소속된 12개 소비자단체가 참가했는데, 녹소연이 중간다리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사실 그간 생산자를 대변하는 친환경농민단체와 농산물 안전성에 민감한 소비자단체들의 의견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단체들도 친환경농산물 비의도적 오염 시 처분 기준 완화에 동의하는 등 농민과의 상생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친환경농산물 녹색제품 지정 등 소비자단체와 논의해볼 만한 사안은 많다. 소비자단체들과의 교류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 9일부터 시작한 ‘유기농 먹거리 건강 개선 지원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경기 안산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도시락을 제공하고, 건강 상태 개선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녹소연은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지역 돌봄 단체, 의료 기관 등과의 연계를 도왔다. 친환경농민단체와 농업 외 분야 단체들이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소연은 앞으로도 친환경농업 관련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서아론 녹소연 국장은 “CRA 프로그램에 더욱 주력하고자 한다. 더불어 소비자 대상 친환경농업 교육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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