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비 이중계산 바로잡아야"
유통마진 과대 산정 우려 높아
소유권 이전 기준 단계 재편도 제안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농산물 유통비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현행 조사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생산비에 이미 포함된 수확비가 유통비용에도 다시 반영되는 중복 계산을 해소하고, 유통단계 역시 농산물의 물리적 이동이 아닌 소유권 이전을 기준으로 다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병률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학술대회에서 농산물 유통비용 조사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1997년 시작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유통실태조사는 유통정책과 관련 연구의 기초자료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다만 변화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반영할 수 있도록 조사 기준과 방식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수확비의 중복 반영을 꼽았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하는 농산물 생산비에는 수확 작업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장비 비용 등이 이미 포함돼 있다. aT 유통비용 조사에서도 일부 품목의 수확비를 산지 유통비용으로 다시 산정하고 있어 유통마진이 실제보다 높게 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배추와 무, 양파, 마늘, 대파, 감자, 고구마, 수박 등은 수확비가 생산비와 유통비용에 모두 포함되는 구조다. 김 박사가 2024년 자료를 다시 분석한 결과 배추의 유통마진율은 기존 69%에서 수확비를 제외하면 59%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파도 62%에서 46%로 감소했다.
유통마진율이 높게 나타날 경우 생산자에게 지급된 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의 차이가 모두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나 이윤으로 오해될 수 있다. 실제로는 생산단계에서 발생한 수확비가 포함돼 있어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유통비용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단계를 나누는 기준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농산물이 산지에서 도매시장과 소매점으로 이동하는 물리적 흐름을 중심으로 출하·도매·소매 단계를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지유통센터(APC), 농협 계통출하, 대형유통업체 물류센터, 밴더 등 다양한 주체가 거래와 물류에 참여하고 있어 단순한 이동 경로만으로 단계별 비용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농산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이전됐는지를 기준으로 유통단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래 주체와 비용 부담 주체를 함께 확인해야 단계별 비용과 마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도매단계에는 도매시장 거래 이후 중도매인과 밴더, 물류센터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매단계에는 매장 운영비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과 소비자 배송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지 출하비용 조사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지유통센터와 농협을 통한 공동선별·공동출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행 조사는 변화한 산지 유통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 농협 계통출하, 일반 소매점, 직거래 등 유통경로별로 비용을 나눠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로별 비용과 생산자 수취가격, 소비자 판매가격을 각각 비교해야 어떤 경로가 효율적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통비용 조사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면 생산과 출하, 도매, 소매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비용 절감이 필요한 단계와 정책 지원 대상을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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