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형 거래·거점물류·품질보증 결합해야 지속 성장
AI 상시 모니터링·통합물류로 거래 신뢰·효율 강화해야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온라인도매시장이 외형적 몸집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물류·품질 정보를 연결하는 농산물 유통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를 중심으로 실수요 거래를 늘리고, 거점물류와 공동배송, 품질보증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AI 기반 상시 모니터링과 특수관계 거래 관리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농식품유통학회가 지난 9~10일 농협 변산수련원에서 개최한 학술행사에서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거래 편의와 물류 효율, 시장 신뢰도를 동시에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국농업신문이 행사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정준호 농협미래전략연구소 박사]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편의 높이는 경쟁 채널로
정준호 박사 “예약형 거래 중심 경쟁력 키워야”
품질보증·거점물류·후불결제 등 백엔드 구축 필요
온라인도매시장이 지속 가능한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거래 규모 확대보다 실수요 기반의 예약형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준호 농협미래전략연구소 박사는 “온라인도매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히 거래 실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거래 편의를 제공하는 경쟁 채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은 약 1조2365억원으로 전년보다 83.5% 증가했다. 이용자 수와 일평균 거래금액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정 박사는 농협 공판장의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거래자료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거래의 판매단가와 농가 정산단가가 오프라인 경매보다 높고 가격 변동성은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온라인 거래 자체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예약형 거래와 상품 품질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장 조사에서는 ▲규모 있는 구매자 부족 ▲상물분리거래를 위한 거점물류 미흡 ▲상품 품질 신뢰 부족 ▲구매자 중심 결제 시스템 부족 ▲복잡한 거래 절차 ▲온라인도매시장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제시됐다.
정 박사는 강서공판장과 강원영동농협, 광주공판장과 대경능금농협, 성주 월항농협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온라인도매시장이 실질적인 유통비 절감과 거래 확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선별 데이터를 활용한 품질 정보 제공은 구매자의 신뢰를 높여 거래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진정한 혁신은 플랫폼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백엔드 시스템에 있다”며 “품질보증 체계와 거점물류, 구매자 친화적인 디지털 결제, 거래이력 관리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예약형 정가·수의매매와 직거래의 디지털 창구 역할을 강화하고, 공판장과 도매법인이 산지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형주 농산업융합연구소장]
온라인도매시장 다음 과제는 물류체계 고도화
“공동물류·AI·데이터 기반 유통체계 구축 필요”
기존 도매시장, 스마트 물류허브 기능 확대해야
온라인도매시장이 단순한 거래 플랫폼을 넘어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성형주 농산업융합연구소장은 “농산물 유통의 효율화는 거래와 물류, 정보가 함께 혁신돼야 가능하다”며 “온라인도매시장의 다음 과제는 물류체계 고도화”라고 밝혔다.
성 소장은 정부가 이상기후와 농촌 인력 감소 등 생산·출하 불안정성을 유통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디지털 기반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9월부터 인천, 강릉, 대구, 광주 등 4개 권역에서 거점물류센터 시범사업이 시작된다며 공동배송과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을 통해 물류비 절감과 배송 효율 향상을 추진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또 기존 도매시장은 단순 집배송 기능에서 벗어나 보관과 전처리, 소포장까지 수행하는 스마트 물류허브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소장은 일본 사례도 제시했다. 인접 도매시장들이 공동으로 농산물을 집하한 뒤 각 시장에서 경쟁 판매하는 방식으로 물류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온라인도매시장과 연계해 도매시장 간 공동 집하와 공동 물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AI 기반 농산물 품질 판정과 데이터 표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축적돼야 AI가 제대로 작동한다”며 생산부터 소비까지 디지털 품질보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 aT 온라인도매시장운영본부장]
온라인도매시장 양적 성장…이제는 신뢰도 강화
“AI 상시 모니터링·거래질서 확립 본격화”
특수관계 거래 지원 배제·플랫폼 고도화 추진
온라인도매시장이 올해 상반기 거래액 77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한 가운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AI 기반 상시 모니터링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신뢰도 제고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상길 aT 온라인도매시장운영본부장은 “온라인도매시장은 출범 3년 차를 맞아 양적 성장에 이어 거래 신뢰성과 질서를 강화하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1조2365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6월 말 기준 거래액은 7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온라인 거래 확대로 유통단계도 단축됐다. 지난해 기준 산지와 소비지 간 직거래가 전체 거래의 47.5%, 도매법인의 제3자 판매가 19.3%를 차지했다. 이들 거래를 비롯해 유통단계가 단축된 거래는 전체의 약 71%로 집계됐다. aT는 이를 통해 유통비용은 11.1%포인트 감소하고, 농가 수취가격은 5.1% 상승, 소비자 구매가격은 7.5%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이상거래 논란과 관련해서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이뤄진 거래 25만건을 회계법인·법무법인을 통해 전수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특수관계 거래, 근거리 거래, 순환거래 등의 유형이 확인됐지만, 법률 검토 결과 거래 형태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할 수 없었으며 보조금 환수 대상이 되는 허위·통정거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T는 이미 동일 대표자·계열사 등 특수관계 거래와 3㎞ 이내 근거리 거래를 각종 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융자사업 의무 실적도 강화했다. 또한 7월부터 기업정보 자동 연계 시스템을 도입해 특수관계 거래를 자동 점검하고, 향후 AI 기반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제도 개선 방향으로는 ▲시장 경쟁력 강화 ▲통합물류체계 구축 ▲거래질서 확립 ▲플랫폼 고도화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예약거래·경매·입찰 등 온라인 특화 거래방식 확대, 온라인 셀러 전용관 운영, 지정거래 정보 공개 확대, 품질관리 강화, 거래정보 공개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온라인도매시장과 오프라인 도매시장이 각각의 장점을 살려 상호 보완하는 유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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