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였던 ‘GMO 완전표시제’가 드디어 실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약처)는 지난 8일 「유전자변형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간장·당류·식용유지류를 유전자조작물(GMO) 표시 대상으로 정하고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원료 기반 GMO 표시제, 올해 말부터 시행
이번 고시 개정은 지난해 12월 공포된 「식품위생법」 및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래도 GMO 표시제를 시행해왔지만,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변형 성분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GMO 표시를 하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가공식품 대부분은 GMO 옥수수·대두 등을 사용했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반면 개정된 법안은 예외조항은 그대로 두되, 식약처장이 식품위생심의위원회(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하는 품목은 유전자변형 성분 검출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GMO를 표시하도록 했다.
법안 개정 이후 식약처는 식품업계·소비자·학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거쳐 표시 대상과 시행 시기를 검토했다. 그리고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간장은 올해 12월 31일부터, 당류와 식용유지류는 내년 12월 31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제품 용기·포장의 바탕색과 구별되는 색상에 일반적인 표시 사항(10포인트)보다 큰 12포인트로 ‘유전자변형식품’, ‘유전자변형 OO 포함’ 등의 표시가 들어가도록 했다. GMO 원료 사용 여부는 제품 전면 주표시면과 후면·측면 등에 들어가는 정보 표시면에 모두 기재해야 한다.
식약처는 이번 제도 개선이 소비자 알권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는 한편,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 대상 설명회 개최나 안내서 마련을 비롯한 지속적인 지원과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 환영·아쉬움 함께 내비쳐
이번에 개정된 고시는 GMO 원료가 쓰이는 가공식품 중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품목 대부분을 표시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표적으로 콩기름과 산분해간장 등엔 GMO 대두가, 전분과 물엿·포도당·액상과당 등엔 GMO 옥수수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품용 GMO 대두는 85만여톤, 옥수수는 81만2000여톤이었다.
이렇게 원료 기반 GMO 표시제를 시행하기까지 우리 사회는 기나긴 논의와 투쟁을 거쳐왔다. 1998년 국정감사에서 GMO 농산물 수입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후 GMO 표시제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 2001년 시행됐다. 하지만 정부는 가공식품에 대한 GMO 표시 의무를 사실상 면제해줬고, 당시부터 시민사회는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이를 무조건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시민사회는 시위·서명운동·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원료 기반 GMO 표시제의 필요성을 꾸준히 공론화해왔다. 2018년에는 소비자·농민·환경단체 등 57개 단체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추진해 한 달 만에 21만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GMO 완전표시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도 시민사회가 이렇듯 끊임없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한 덕분일 것이다.
시민사회에선 이번 고시 개정을 반기는 한편, ‘불완전한’ GMO 완전표시제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표시 대상이 간장·당류·식용유지류로 제한돼 있고 △한 번에 시행되는 것이 아닌 두 해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GMO반대전국행동은 “원재료 기반 완전표시제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대한민국 먹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유의미한 발걸음이다. 포기하지 않고 연대해 온 시민들의 노력이 마침내 변화를 이끌어냈다”면서도 “법 개정을 통해 식약처장이 지정한 일부 품목이 아닌 모든 품목에 GMO 표시를 전면 의무화해야 한다. 정부의 관료적 판단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기에는 내용과 범위 모두 미흡하다”며 “정부는 모든 GMO 원료 사용 식품을 표시 대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단계별 확대 일정과 추진계획을 법령에 명시해 정책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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