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최근 청년들의 ‘집 밖 대면 체험’ 선호가 강해지면서,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식료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농산물의 가치소비와 도농교류를 돕는 데 주력해온 농부시장 마르쉐@를 향한 관심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뜨겁다. ‘대화가 있는 장터’ 마르쉐@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무엇이 지금 이들을 모이게 하는지 들여다봤다.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오목공원에서 제철 먹거리를 주제로 ‘마르쉐 농부시장@목동’이 열렸다. 31개의 농장을 비롯해 여러 요리사들과 수공업자, 지역 생산자협동조합이 참여한 이번 장터의 주제는 ‘여름채소’였다. 34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찾아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농산물과 농산물 가공품 등을 구매했다.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꾸준히 농부시장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본다”며 최근 높아진 인기에 감탄했다.
지난 2012년 혜화에서 처음 선보인 마르쉐@ 농부시장은 농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들을 서울로 가져와 판매하는 공간이다. 참여하는 농장 대부분이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농법을 사용하는 소농·가족농 형태를 띠지만,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경우도 있고 매력적인 한 품목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어 그 스펙트럼이 넓다. 공통점은 직접 생산한 농산물·농가공품의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최근 SNS 상에서 이곳에 대한 열기가 심상치 않다. 소셜 미디어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로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유튜브에 ‘마르쉐’ 키워드로 게시된 48개 동영상의 총 조회수는 29만9784회인데, 그중 지난 6월 한 달간 올라온 동영상 11개의 조회수는 전체의 36.8%인 11만324회로 매우 급등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한 달간 인스타그램, 블로그, 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의 ‘마르쉐’ 언급량도 전년 동기간 대비 25.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온라인 매체에서의 관심 증가를 반영하듯 이날 현장에는 SNS 활용에 친숙한 20대들이 많았다. 시장을 찾은 대학생 정예린(24)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왔다”며 “(또래 사이에서) 최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고 다회용기만을 사용한다는 점이 매력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인 임희정(24)씨 역시 “지역 특색 농산물이 많아서 좋다”며 “시장이 요즘 느낌에 맞게 예쁘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피처링이 지난 4월 펴낸 ‘2026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청년 세대는 밖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체험을 선호하며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연결되기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차례 농부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활동가 장영윤(27)씨는 “이곳은 모두가 감사하는 공간”이라며 “사람들을 더 애정하게 만드는 공간에서 하는 특별한 경험이 좋아 계속 참여한다”고 했다.
지난해 마르쉐@를 찾은 고객이 전년 대비 58% 상승하는 등 농부시장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계속해서 높아져왔다. 이보은 ‘마르쉐 친구들’ 대표는 농부시장의 사회적 기능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 대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 시민들이 소규모 농부시장에 모여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던 사례를 들며 “원래부터 농부시장의 역할은 사회의 안전판”이라고 비유했다.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위기와 디지털 의존도 심화라는 대격변 속에서 직접 이웃과 대면하고 먹거리로 연결되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망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대일 대화를 하며 판단하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소비방식이 찾아보기 힘들어진 요즘, 오히려 사람들의 연결되고 싶은 갈망이 커졌다”며 “새롭게 찾아온 청년 세대를 어떤 방식으로 환대할지 고민 중”이라 밝혔다. 시장 기획자들의 모임인 마르쉐 친구들은 농부시장 외에도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퇴비를 모아 땅으로 돌려주는 ‘퇴비 클럽’, 보다 밀도 높은 대화가 가능한 소셜 다이닝 ‘퇴근 후 마르쉐’와 같은 여러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다.
농부시장에 나오는 농민들도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해왔다. 이연진 풀풀농장(이히브루) 공동대표는 충남 홍성군에서 아내와 함께 논에 거름을 주지 않는 자연농법으로 토종쌀 ‘조동지’를 생산하는 농민이다. 2014년 처음 마르쉐@에 출점한 부부는 2021년부터 ‘이히브루’라는 이름을 내걸고 직접 생산한 쌀을 활용해 국산 보리로 수제맥주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개장 초반보다 시장이 더 유명해지고 보편화된 느낌”이라며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독특한 맥주라는 장르에서 국산 보리로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농산물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려는 농민들의 노력에 도시 소비자들은 늘어난 발걸음으로 화답하고 있다. 단절된 도시와 농촌이 손을 잡고 지구의 안부를 묻는 ‘작은 순환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농부시장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목표다. 다음 농부시장은 오는 25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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