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재정경제부(장관 구윤철)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콩나물 재배용 콩 시장접근물량(저율관세할당, TRQ)을 1만톤 확대키로 하자 농민단체들이 격노하고 있다. 일반 콩이 아닌 콩나물콩이라지만 명백히 국산 시장과 농가 소득에 대한 압박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26년 콩나물콩 TRQ를 1만7450톤으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3일, 공급부족과 가격인상이 우려된다며 1만톤 증량을 결정·발표했다. 총 2만7450톤이 된 이 TRQ 콩나물콩은 정상 관세율 487% 대신 5%의 저율 관세를 물고 국내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도 조용할 순 없었겠지만 이번 발표는 특히나 농민들의 부아를 크게 돋웠다. 일단 농민단체와의 협의도 예고도 없었던 갑작스런 발표였거니와, 농산물 가격폭락 및 수입개방 이슈로 대규모 농민대회(지난 7일)가 벌어진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더욱이 콩은 농식품부가 수년에 걸쳐 재배를 유도했다 올해 ‘수매량 반토막 감축’으로 발을 빼면서 농민들의 반감을 잔뜩 키워 놓은 품목이다.
농민단체들은 이번 TRQ 증량이 저렴한 수입 콩을 쓰고 싶어하는 식품기업들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한 결과라 진단했다. 그 후과는 결국 국내 농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윤일권)은 지난 16일 성명에서 “콩나물콩을 핑계로 저가 수입산이 밀려들어와 시장을 교란하기 시작하면, 결국 전체 콩 재배기반과 가격에 연쇄적인 폭락을 가져오고 국산 콩산업 전체를 파탄내게 될 것”이라며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맹목적인 수입 콩 증량은 콩산업의 숨통을 끊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특히 TRQ 증량을 두고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미친 짓”, “농민 등에 비수를 꽂는 충격적인 망동”, “콩 자급률 43.5%를 달성하겠다는 건 도대체 누구를 개돼지로 알고 지껄이는 헛소리인가”라는 등 평소보다 한층 격정적인 표현을 쏟아내며 사태의 엄중함을 부각했다.
국내 콩나물콩의 절대적 생산지인 제주의 입장에선 더욱 심각한 문제다. 같은날 나온 전국콩생산자협회(회장 박흥식, 콩협회) 성명엔 “전국 콩나물콩의 80%를 생산하는 제주지역의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묻고 싶다. 제주지역 메주콩 생산 농가를 콩나물콩으로 유도해 생산량을 늘리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탁상행정으로 농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콩협회는 “우리 농민들은 정부의 논콩 재배 확대 정책을 믿고 농사를 지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수급이 조금만 불안정해도 곧바로 수입 물량을 풀어 가격을 억누르려 한다. 이는 농민들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는 협박이자, 식량안보의 보루인 국산콩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TRQ 증량 철회와 합당한 국산콩 지원책 수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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